문 대통령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군 통신선 복구 북에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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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이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해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북측에 군 통신선 복구를 요청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문 대통령은 분단 상황이라고 해도 일어나서는 안 될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면서, 한국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분노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으며 이유를 불문하고 한국 정부로서는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언급한 것으로,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담은 통지문을 보내온 이후 첫 입장 표명이기도 합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 측 해상에서 발생한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고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대단히 미안하다’는 사과를 담아 지난 25일 통지문을 보내온 바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이 통지문에서 ‘대단히 미안하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한 것을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북한 최고지도자가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이자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도 이번 사안을 심각하고 무겁게 여기고 있고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번 일이 비극적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대화와 협력의 계기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부터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사실관계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며 남북이 유사 사건 발생을 막기 위한 해법을 공동으로 모색해야 한다면서, 대화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 남북 군사 통신선을 복구하고 재가동할 것을 북한 측에 요청했습니다.

앞서 한국 청와대는 지난 27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한 공동 조사를 북한 측에 공식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사무처장 (지난 27일): 1.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함. 2. 남과 북이 각각 파악한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의 차이점이 있으므로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요청함. 남과 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람. 이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요청함.

다만 북한은 지난 27일 한국 측이 시신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북한 측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하라고 경고했고 하루 뒤인 28일 오전까지도 남북 군 통신선을 정상 가동상태로 전환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따라 한국 내 일각에서는 남북 공동조사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현재 북한이 답변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겠지만 공동조사 수용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사안 자체가 북한에 불리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깊게 파고들수록 북한의 지휘체계나 명령, 잘못된 행동 등이 드러날 가능성이 커서 북한으로서는 여러 명분을 만들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까지 담아 사과 통지문을 전해온 북한이 여기에 추가 조치까지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는데 이후에 추가 조사, 더구나 공동 조사를 해서 북한이 이야기한 것과 다른 사과거리가 나온다면 북한 체제에서 이를 수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김정은의 이름이 사과 통지문에 표기됐다는 것은 북한이 그 이후의 추가 조치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의미라고 봐야 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28일 이번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추가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상기 한국 통일부 대변인 : 한국 통일부는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추가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도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실질적인 남북 간 해상 경계선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문홍식 한국 국방부 대변인 직무대리 : NLL은 우리가 과거에도 수차례 얘기해 왔고 지금도 말씀을 드리지만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입니다. 그리고 NLL이 준수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변함없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의 시신을 찾기 위한 한국 측의 수색은 8일째 이어졌습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지난 21일 실종된 피해자의 시신과 소지품 등을 찾기 위해 연평도 인근 해상을 집중적으로 수색하고 있습니다.

해경은 피해자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관련 정황이 발견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28일에도 북한 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정세균 한국 국무총리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은 “해빙될 듯 한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일이 남북 관계에 큰 장애로 발전하지 않게 하려면 하루빨리 진상규명과 공동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그래야 양측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경위도 의문투성이일 뿐 아니라 남과 북의 말이 모두 달라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북한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에 대해 “사과문이 아니고, 미안하다고 했으니 ‘미안문’”이라며 북한이 상황을 임시로 모면하거나 남·남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 사실과 다른 ‘미안문’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야당 내에서는 한국 정부가 피해자를 충분히 구출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사실상 방치해 사망케 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잇따랐습니다.

한국의 진보성향 야당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이번 사건을 “북한이 저지른 비인도적 민간인 살인”으로 규정하고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앞서 한국 군 당국은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후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표류하던 한국 공무원을 지난 22일 오후 최초로 발견했고 같은 날 밤 9시 반쯤 단속정을 타고 온 북한 군이 피해자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한국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해당 사건을 북한 측의 만행으로 규정하고 사과와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강하게 요구해 왔고, 북한 측은 지난 25일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를 담은 통지문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한국 측에 보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