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중량이 100톤에 달해 이동식발사차량을 이용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자정에 열린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당시 공개된 외형으로 볼 때 북한이 지난 2017년 시험 발사한 화성-15형보다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는 이전보다 커진 신형 ICBM의 중량이 100톤 수준으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어 발사 위치로 옮기는 데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열병식 영상에 나타난 신형 ICBM의 외형으로 추정해봤을 때 길이는 23미터 안팎, 직경은 2.3~2.4미터 정도의 2단 액체추진제 ICBM으로 추정되며 바퀴축 11개에 바퀴 22개가 달린 TEL에 실렸다는 것은 무게가 화성-15형의 55톤에 비해 두 배 가까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 제가 화성-15형을 55톤 정도로 추정했는데 신형 ICBM은 100톤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사실 TEL로 이동시켜서 운용하기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입니다.
장 교수는 자신이 추정한 크기와 무게라면 신형 ICBM을 ‘사일로’, 즉 지하 미사일 설비에 넣어 고정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현재 중국이 길이 32미터, 중량 130톤 수준의 미사일을 사일로에서 운용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2단으로 구성된 미사일의 1단 엔진은 화성-15형 1단에 쓰인 쌍둥이 ‘백두산 엔진’ 두 쌍을 결합한 것으로, 2단 엔진은 지난해 말 연소시험을 했다는 새로운 액체추진제 엔진일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북한이 당시 공개한 대로 7분 동안 엔진 연소시험을 했다면, 이는 고체 연료를 썼다기에는 긴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장 교수는 또 신형 ICBM이 머리 부분에 탄두 여러 개를 동시에 실을 수 있는 다탄두 ICBM인 것으로 보이며, 그렇다면 각 탄두를 여러 목표물에 동시에 날리는 데 필수적인 PBV(Post Boost Vehicle) 장치를 넣을 공간이 필요한데 북한이 PBV를 그만큼 소형화·경량화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신형 ICBM을 공개하며 지금까지 써왔듯 ‘화성-16호’로 부르지 않고 있는 것은 이번에 공개한 미사일이 아직 완성된 실제 시험 발사용이 아닌 과시용 실물 크기 모형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 미사일이 실제 괄목할만한 완성도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선언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아주 빠른 속도로 개발을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도 북한이 다탄두 ICBM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완성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다탄두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나라들은 미국과 러시아 등 핵강국으로 인정받는 국가들뿐이며,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의 외형만으로 완성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반면 정창욱 한국국방연구포럼 대표는 북한이 단순히 과시하려는 목적이었다면 굳이 실물 모형을 열병식에 동원할 실익이 없다며, 이번에 공개한 미사일은 TEL을 이용할 수 있는 고체 연료 다탄두 ICBM 완성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0일 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리고 초대형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이른바 신종무기 4종 세트 실물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