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관련 발언이 대남압박을 통해 미국에 제재완화를 관철하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는 2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한 북한의 최근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내 한국 측 시설 철거 지시 등에 대한 대응책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금강산 현지지도 발언과 관련해 금강산 내 한국 측 시설 철거 과정의 합의상대로 언급된 ‘남측 관계부문’이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에 투자한 한국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을 포괄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한미 모두에 대한 압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대북제재 완화를 통한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북 공동개발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정은 위원장이 다양한 금강산 개발계획을 발표했는데 결국은 한국이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여건을 조성해서 금강산을 현대적인 관광지로 개발했으면 좋겠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임 교수는 남북협력을 통한 경제개발을 원해온 북한이 대북제재의 벽에 부딪히자 그 돌파구로써 ‘독자적인 금강산 개발’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현실적으로 한국과의 협력 없이 금강산을 개발,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독자적으로 금강산 관광지구를 개발한다 해도 외국 자본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 없이 관광지를 운영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한국 TBS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현지지도에 외교를 담당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동행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 문제를 미북 간 협상의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한국을 압박해 미국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북한의 시도가 정상 간의 이른바 ‘톱다운’ 방식이 아닌 실무진 간 협의로 이뤄질 경우 미국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남북협력의 불가피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관련 분석 자료를 통해 북한이 아직 변화를 꾀하기 부담스러운 대미관계보다는 대남부문 사업을 우선 겨냥한 것으로, 한국 측에 독점권을 줬던 기존 사업 방식에 변화를 예고하며 한국의 입장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철거 과정에서 ‘남측 관계부문과 합의하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부분적인 남북협의 재개 신호로도 볼 수 있다며 금강산 개발사업 성과를 위해선 남북협력이 불가피한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삼지연군, 양덕온천지구 건설사업 등 북한의 3대 건설 사업에 이어 새로운 역점사업이 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금강산 관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간 협의가 재개되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향후 금강산 문제를 계기로 남북대화가 시작되면 북한이 한국 측에 금강산 내 남측 관광시설의 신속한 철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대북제재와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에 대비해 금강산에서 한국의 흔적을 지우려 하고 있어 금강산 관광이 더 이상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으로 남기는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정 본부장은 북한이 삼지연군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처럼 금강산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시설을 독자적으로 건설하려 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면서 인근에 관광비행장을 건설하라고 지시한 것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