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5일만의 공개행보...전문가들 “‘80일 전투’ 기강 다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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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만에 공개 석상에 나와 이른바 반사회주의적 행위를 비판한 것은 내부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기강 다잡기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25일 만의 공개행보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15일 열린 것으로 알려진 이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평양의학대학 당위원회가 엄중한 형태의 범죄행위를 감행했다며 이를 ‘반사회주의적 행위’로 규정하고 해당 사실을 묵인한 관계 기관들의 무책임함과 직무태만 행위까지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북한 측이 해당 범죄행위의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평가는 유보했습니다.

여상기 한국 통일부 대변인 : 북한은 평양의과대학 당위원회가 감행한 범죄행위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비리가 있었음을 공개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범죄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보도가 되지 않고 있어서 아직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내부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내부 결속에 나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겨냥해 신형 코로나 방역과 경제성과를 모두 챙기겠다는 이른바 ‘80일 전투’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내부 기강이 잡혀있지 않다는 판단 하에 김 위원장이 공개적인 질책에 나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80일 전투'라는 비상체제, 신형 코로나와 수해 복구라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여러 가지로 북한 내부의 질서가 이완돼있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당 상층부와 대중 모두에게 '반사회주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 2월에도 부정부패를 이유로 당간부양성기지의 당위원회를 해산하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었던 것을 언급하며 이번에도 이 같은 일종의 공포정치를 통해 사회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당창건 75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서는 눈물을 흘리며 현 상황의 어려움에 대해 자책하는 모습을 보인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는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상반된 이미지를 교차시켜 지도력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김정은 위원장이 사회전반에 대한 기강을 잡기 위해 이른바 ‘반사회주의’라는 담론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신형 코로나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태풍 피해 등 이른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현 체제에 반발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결국 북한 주민들이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 수해와 태풍 등 3중고 속에서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된 상황 아니겠습니까? 이런 시기에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반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해서 기강을 잡으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이날 제317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의 일환으로 화살머리고지에 현장기념관을 조성하고 남북 철도연결 사업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경원선의 남측구간을 복원하는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각각 176만 달러와 117만 달러가 지원될 두 사업과 관련해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한국 정부가 남북 간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킨다는 의지와 진정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