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연말 협상 시한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북한이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무력도발이나 자력갱생이라는 새로운 길을 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지난 4월 시정연설을 통해 올 연말을 미북 비핵화 협상의 시한으로 제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 내 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한 압박을 점차 더해가고 있는 북한이 협상 시한을 넘기면 미북 협상에서 이탈해 이른바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3일 열린 세종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올해 안에 미북 실무협상이 열리지 않을 경우 북한이 내년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길’의 내용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3일 세종연구소 토론회): 말씀드렸듯이 2차 실무회담이 열리지 못하거나 열리더라도 워낙 견해 차이가 커서 어떤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못 할 경우는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에 대한 방향 내지는 암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 교수는 북한이 이를 바탕으로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날 때까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며 남북, 미북 간의 대화 단절을 선언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군사력을 증강시키면서 한국의 군사연습이나 첨단무기 도입에 반발해 남북 간 군 통신선 단절, 공동경비구역(JSA) 통행 제한, 철수한 감시초소(GP) 복구 등 고의적으로 남북군사합의 사항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협상을 통한 제재 완화가 어려워짐에 따라 북한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관광산업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이른바 ‘쿠바 모델’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자력갱생의 일환으로 관광산업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고 지난 10월에는 금강산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마식령 스키장을 하나로 연결한 문화관광지구 개발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조 교수는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대화 동력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올해 협상 시한을 넘겨서도 미북간 대화 국면이 유지되는 가장 긍정적인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비핵화 진전속도는 현저히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11월 6일 통일연구원 토론회): 2019년 말을 지나 2020년으로 넘어가면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해 대화 동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해도 전체적인 진전 속도가 떨어져 핵문제 해결과정은 지난해지고 오래 끌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 역사적으로 북한은 위기를 극대화시켜 문제 해결을 다른 차원으로 넘겨 해결하려고 해 왔다며 상황이 매우 나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미북 대화의 틀이 깨져 북한이 결국 ‘새로운 길’로 가게 된다면 다시 중국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북한은 이날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선제적인 결단을 촉구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후 9번째 삼지연 방문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미국에 연말 시한 전 태도를 바꿀 것을 압박하는 것으로,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달부터 외무성 고위 당국자들의 잇단 담화와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 남북 접경지역 해안포 사격 등 무력도발을 통해 대미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의 연장선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