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헤커 화상간담회...북핵 해법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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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과 북한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화상간담회를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 진전과 미북협상 해법을 논의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과 북한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문정인 한국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1일 개최한 화상간담회.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미북협상 해법을 논의했습니다.

핵물리학자이자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있어 영변의 의미가 과소평가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앞서 헤커 박사는 가장 최근 2010년을 비롯해 여러 차례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을 직접 방문했고, 영변 핵시설이 북한 전체 핵 능력의 70~80%를 차지하며 지난해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내놓은 ‘영변 핵시설 폐기안’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2019년 2월 하노이회담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며 북한 민생과 관련된 대북제재 5개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이를 거부한 바 있습니다.

헤커 박사는 이날 북한의 과거 비핵화 협상 사례를 돌이켜 보면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제재 완화를 정책 수단으로 고려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핵화는 장기적인 과정”이라며 외교적 접근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이 협력해 평화를 조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지난 10일 한국의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은 스스로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자부심이 상당하다며 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지난 10일):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막대한 자원이 소요될 것입니다.

헤커 박사의 이 같은 주장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포기를 이른바 ‘불가역적 비핵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입니다.

앞서 미국 의회에 정책분석을 제공하는 의회조사국(CRS)은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후인 지난해 3월 회담을 평가한 3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 영변 핵시설의 해체가 북한의 핵물질 생산 능력을 모두 종식시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국의 정보당국도 영변 이외에 추가적인 우라늄 농축시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과거 영변 핵 사찰을 주도한 미국의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등 미국의 핵 전문가들도 지난해 6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되돌릴 수 없는’ 북한 비핵화 단계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영변 핵시설 외에도 핵무기 생산과 실험 시설, 무기의 폐기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 변화의 시기에 가능성과 기회를 잃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해 전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정인 특보는 “북한 측의 행보에 따라 차기 미국 행정부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며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후보가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동맹인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강조해온 만큼, 한미 정책 공조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