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이 한국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국 국회와 시민단체, 미국 의회 등 각계에서 이어졌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3일 밤 9시쯤부터 한국 국회에서 시작된 ‘무제한 토론’.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즉 ‘대북전단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장시간 발언을 이어가며 심의를 미루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수단으로써 진행됐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한국 국회의 범여권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앞세워 법안을 처리하려 하자 야당이 이를 저지하고자 최후의 수단을 동원한 것입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첫 토론자로 나서 14일 오전까지 10시간에 걸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태 의원은 이 자리에서 ‘대북전단 금지법’이 2천5백만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한국 헌법상 한반도의 인구는 8천만 명입니다. 북한의 2천5백만 명도 한국 국민입니다. 북한 주민에게도 알 권리가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2천5백만 명 주민의 알 권리를 배제하고 김정은 정권에만 장단을 맞추는, 한국 정부가 말하는 정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태 의원은 “북한 군인들도 한국 측에서 확성기 방송을 할 때는 숨을 죽이고 그 내용을 듣는다”며 북한을 향한 정보전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대북전단 금지법을 막기 위한 두 번째 야당 토론자로 나선 최형두 의원은 4시간 반에 걸친 발언에서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북한 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도 함께 비판했습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남북 공동의 경제 이익과 협력을 도모하겠다고 북한에 세워놓은 사무소를 왜 분풀이한다고 날려 버립니까? 그것에 대해 단호하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국제관계인데, 한국 정부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지성호 국민의 힘 의원은 미국을 방문해 대북전단 금지법을 막기 위한 외교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초청을 받아 현지 시간으로 지난 9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지 의원은 11일 크리스 스미스 미 하원의원을 만나 북한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한국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대북전단 금지 조치가 북한 인권 개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20선의 중진 의원으로 39년째 의정활동을 해오고 있는 미 공화당 소속 스미스 의원은 미 의회 내 초당적 국제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인권 분야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스미스 의원은 이날 한국의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고, 이는 명백한 한국 헌법 위반이자 국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준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면서 해당 법안에 대한 입법이 공산주의 북한을 묵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전단 금지법이 한국 국회에서 최종 통과될 경우 미 국무부의 연례 인권보고서와 ‘종교의 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 재고를 요청하고 관련 문제에 대한 의회 청문회를 추진하는 한편 한국을 감시 대상자(watch list) 명단에 올릴 가능성까지 제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성호 의원은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을 만나 대북전단 금지 조치의 문제점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달하겠다는 답변을 받았고, 지난 10일에는 샘 브라운백 미 국무부 종교자유 담당 대사, 모스 단 국제 형사사법대사와도 같은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지난 6일에는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대북전단 금지법이 제정되면 한국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인도주의와 인권활동을 범법행위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시민 단체도 대북전단 금지법이 통과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국의 북한 인권단체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지난 주에 이어 14일 한국 국회 앞에서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1인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박 이사장은 해당 법안의 내용으로 볼 때 대북전단 뿐 아니라 서적, 음악, 영상물 등 모든 외부 정보의 북한 유입이 차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 위반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것 뿐 아니라 성경책이나 USB에 담은 한국 노래와 드라마를 보내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박 이사장은 해당 법안이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비난 담화 때문에 마련된 ‘김여정 하명법’이라며 한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북한 주민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같은 각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 금지법이 14일 밤 한국 국회에서 최종 표결을 거쳐 통과된다면 법안을 대중에게 알리는 ‘공포’ 단계만을 남겨두게 됩니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측이 발의한 대북전단 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살포 행위 등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약 2만7천 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