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2018년 이후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한 사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한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
이들은 지난해 12월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이 잡히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등과 관련된 자료 530건을 지우거나 이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29일 한국 검찰 등에 따르면 당시 삭제된 530건의 자료 목록에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 파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당시 삭제된 핀란드 말로 북쪽을 의미하는 ‘뽀요이스’(pohjois), ‘북한 원전 추진’의 줄임말로 읽히는 ‘북원추’라는 이름의 저장소 등에 북한 전력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나 북한 전력산업 현황, 독일 통합사례 관련 문서 등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해당 문서들의 작성 날짜로 추정되는 파일 이름의 숫자상으로는 ‘2018년 5월 2~15일’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지난 2018년 1차 남북 정상회담과 2차 남북 정상회담 사이의 시점입니다.
이 같은 정황을 두고 한국 내에서는 정부가 국내에선 탈원전, 즉 원전 폐기 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에서는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한국의 제1야당 국민의힘 소속 태영호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민주주의 국가가 NPT(핵확산금지조약) 밖에서 핵무기를 불법으로 보유하고 있는 나라에 원자력발전소를 제공하는 문제를 검토해 보았다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국제 핵비확산 체제 안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태 의원은 “동맹국인 미국과 사전 논의 없이 이러한 문제를 추진하려 했다면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유엔 대북제재 공조에 심각한 균열과 외교적 마찰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한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한 것은 충격적인 이적행위”이고 “정권 윗선의 지시가 없었다면 공문서를 대거 무단 파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북한 원전 건설을 검토한 바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날 서면을 통해 “지난 2018년 이후 남북협력사업으로 북한 지역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파일을 삭제해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들의 소속 부처인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도 북한 원전 관련 검토를 지시하거나 보고하라고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이날 야당 측이 이번 사안을 정부의 이적행위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한 것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강민석 한국 청와대 대변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국 정부가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적행위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에 대해 구두 논평을 내고 “제1야당 대표의 진실 규명 요청과 노력을 법적 조치로 눌러버리겠다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드러난 사실과 의혹에 대해 한국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