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통일부가 최근 대북제재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제재가 북한 비핵화 촉진이라는 목적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제재의 “의도치 않은 결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이 어려워졌다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발언한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3일 “일부 보도에서 이인영 장관 발언의 취지와 맥락이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인식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종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력한 대북제재가 취해진 지 5년 정도 된 시점에서 효과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인영 장관은 대북제재 장기화와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코로나19 방역 조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북한 주민의 인도적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며 “대북제재만으로 북한의 어려움이 야기됐다는 식으로 장관의 발언이 전달되는 것은 취지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 장관이 철도와 도로 등 비상업용 공공 인프라 분야의 제재 면제를 언급한 부분도 “비핵화에 기여하는 부분과 군사적으로 전용되지 않을 것이란 부분에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 1일 이인영 장관의 인터뷰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의 논평 요청에 북한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대북제재가 아닌 북한 당국의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달 2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 노력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신속한 제재 면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극도로 엄격한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심각하게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를 안전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시급한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방역 협력을 시작으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고자 한다며 북한의 호응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인영 장관은 3일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 등이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앞으로도 국제사회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대북 인도적 협력과 관련한 대북제재 면제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 :북한이 코로나19 방역협력으로부터 시작해서 보건의료 협력 전반으로 확대되는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 건설의 길로 하루빨리 속히 나와주길 기대합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과의 신형 코로나 방역 협력보다는 북한에게 더 절박한 식량문제를 다루는 것이 더 현실성 있는 접근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세현 부의장은 북한이 현재 코로나 청정국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자존심 때문에 한국으로부터 코로나 백신을 지원받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 백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코로나 백신을 지원받고 접종이 어느정도 이뤄진다면 대외활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아무래도 북한에서는 중요한 사람 순으로, 높은 사람 순으로 (코로나 백신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와는 다르니까요.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겼다 싶으면 남북 접촉에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 점에서는 5월이 지나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앞서 코백스 퍼실리티는 지난 2일 ‘1차 배분 보고서’를 통해 오는 5월까지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170만4천 회분을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기모란 한국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현재까지 신형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 당국이 자체적으로 확보한 코로나바이러스 시료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며 향후 당국의 대응 측면에서도 굉장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 :코로나바이러스가 없으면 실험도 할 수 없고, 백신도 개발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라든지 아니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라든지 이런 것을 확보를 해줘야 가능한 것입니다. 한국 내에서도 질병청에서 코로나 유행했을 때 제일 먼저 했던 일이 그런 것들을 민간연구소에 제공하는 일이었습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지난달 18일 기준 북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세계보건기구(WHO) 측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