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이 지난 2년간 너무 많은 기회를 낭비했다며 북한에 외교를 재개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0일 미래를 고려했을 때 외교가 북한과의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자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한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초청강연에서 내년 1월로 예상되는 북한의 8차 노동당대회를 언급하며 북한이 지금부터 그때까지의 시간을 외교를 재개하기 위한 방향을 설정하는 데 사용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포용과 어려운 절충이 필요하겠지만 미국과 북한이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진지한 외교를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양국이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북한의 카운터파트, 즉 대화 상대는 지난 2년간 너무 많은 기회를 낭비했다면서 북한은 대화의 기회를 움켜쥐는 대신 협상 장애물을 찾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후퇴와 실망, 놓친 기회들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은 첫날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유한 한반도를 위한 비전이 가능하다고 믿으며 우리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어 지난 2018년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첫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싱가포르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며 합의 내용을 진전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싱가포르 정상합의의 잠재력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미북 간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 참전 유해 송환 등 4개항에 대해 합의한 바 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그간 북한과의 협상 과정과 관련해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을 특히 아쉬워했습니다.
하노이 회담 당시 문제점은 북한의 카운터파트가 비핵화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를 중요한 교훈으로 꼽으며 북한도 이를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70년간 한반도의 상황은 분명히 바뀌었으며 동맹도 진화해야 한다면서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둔 동맹을 확장해 새 활력을 불어넣으면 양국 모두에 막대한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강연에 앞서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과 조찬을 가졌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양측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지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한미가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그간 한국 정부의 협조와 지지에 사의를 표하고 북한을 향한 기회의 창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구축에 있어 남북관계와 한국 정부의 역할과 중요성이 크다며 인도주의 협력을 포함한 남북협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인영 장관은 이에 대해 그간 비건 부장관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노력해온 것을 평가하며 정세변화에 있어 중요한 시기에 한미 간 긴밀한 정책적 조율과 공조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에 있어 실질적 진전을 이루어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8일부터 3박 4일간 일정으로 방한 중인 비건 부장관은 11일엔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할 계획입니다.또 한국을 방문 중인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한반도특사와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오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오는 12일 오전 출국하는 것으로 방한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이번 방한에는 알렉스 웡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와 앨리슨 후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동행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북한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대응 관련 발언을 비난하는 담화를 낸 것과 관련해 북한과의 방역협력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영삼 한국 외교부 대변인 :강경화 장관께서는 북한을 포함한 국제적 방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신 것으로 저희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앞서 강 장관은 지난 5일 신형 코로나 관련 국제회의에서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이 폐쇄적이라고 지적하며 신형 코로나는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