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국무부의 마크 내퍼(Marc Knapper)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가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내퍼 부차관보는 27일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애틀랜틱카운슬과 한국 동아시아재단이 주최한 화상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외교의 문이 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례 만남을 가졌다며, 미국은 북한과의 외교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내퍼 부차관보 : 미국은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대화와 이러한 (핵∙미사일) 문제를 외교적 방식으로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We are ready to sit down with the North any place in any time, because we regard a dialogue and resolving these issues through diplomacy in a peaceful manner as being absolutely paramount.)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보조를 맞춰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간사인 공화당 테드 요호 의원은 북한과의 대화가 중요하다면서도,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란 한반도에 더 이상의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핵무기가 정권과 권력을 유지하는 안전장치로 작용해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공산주의 국가이자 시장경제를 도입한 베트남(윁남)의 사례를 들며, 김 위원장에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북한 역시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요호 의원 :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베트남과 같이 권력을 유지하면서 시장경제 체제로 변화할 수 있다는 보장과 확신이 필요합니다. 김 위원장이 시야를 넓힌다면 (베트남과 같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Kim Jong-un has to have the security and the certainty that he can move into market economy by maintaining power, kind of like what we saw happen in Vietnam…I think the same thing can happen with Kim Jong-un if he opens up his horizon and looks around.)
한편 종전선언 채택에 대해서는 회의 참석자들의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한국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요호 의원의 비핵화 정의에 동의한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종전선언이 출구가 아닌 입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종전선언을 채택하더라도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 지위에 변화가 없을 것이며, 이는 한국과 북한, 미국 사이에 공유된 이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이 주한미군 문제에 간섭할 수 없다며, 북한이 주한미군 문제를 고집할 경우 종전선언이 채택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문 특보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이 중국을 대항해 만든 군사동맹에 한국이 참여한다면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을 포함한 ‘북부 3자 동맹’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정인 특보는 중국이 1958년 이후 북한에 군대와 무기, 물류 지원을 중단했지만, 한국이 반중 군사동맹에 가입한다면 중국이 이러한 지원을 재개할 수 있고 북한의 핵과 재래식 위협 또한 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김한정 의원 역시 문 특보와 마찬가지로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과 여건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야당 국민의힘 박진 의원은 종전선언은 비핵화 과정의 입구가 아닌 출구가 되어야 한다며, 종전선언의 조기 채택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는 종전선언의 성급한 채택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일이 될 수 있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구실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