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대북 확성기 방송 통해 평창올림픽 소식 전파”

사진은 경기 중부전선의 대북 확성기.
사진은 경기 중부전선의 대북 확성기.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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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군이 최전방 지역에서 운용 중인 대북 확성기 방송 내용이 일부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 위주에서 평창올림픽 소식 등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는 건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전면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

한국 군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 내용에 평창 동계올림픽 소식이 포함됐습니다.

남북한 개회식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은 물론,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남과 북한 예술단의 공연 소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스 길이도 기존 2분에서 5분으로 늘어났습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를 반영한 내용이 포함되면서 북한 정권을 비판하거나 남한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은 자연스럽게 축소됐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군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의 시간이나 음량 등은 변경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 2004년 6월 남북 합의에 따라 중단됐으나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재설치되는 등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습니다.

현재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한국군이 운용 중인 대북 확성기는 30여대로, 북한은 확성기 방송을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강하게 반발해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 TV: 불신과 적대를 조장하고 대결과 전쟁을 고취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삐라 살포 등도 재개했습니다.

북한 역시 한국군의 확성기 방송 재개에 맞서 대남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방송 음량을 줄인 정황이 포착돼 남북 간에 상호 비방을 자제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7월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당국회담을 북한에 제안해 놓은 상태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군사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군비통제차장을 역임하며 남북 군사회담 대표로 참석했던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2000년대 초부터 회담 등을 통해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며 이는 확성기 방송이 북한에게 갖는 위력과 상징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