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의 북한 풍향계] “북, ‘약한 고리’ 한국 흔들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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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내에선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약한 고리'인 '한국 흔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략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대남 강온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강압하고 한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실리를 챙기려 할 것이란 관측인데요. 북한은 올 한 해 판을 깨지 않는 선에서의 도발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 현안을 분석, 전망하는 '김은지의 북한 풍향계'입니다.

95일 만의 무력시위(2일)->김여정 제1부부징의 비난 담화(3일)->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서(4일)에 이은 두 번째 무력시위(9일).

불과 일주일 새 이뤄진 이중적 대남행보입니다. 한미의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약한 고리’인 ‘한국 흔들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 : 남북관계 개선이 좋은 일이긴 하지만 북한만 바라보고 있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북한이 원하는 대로, 자신들의 의도대로 한국 정부를 움직이려는 일종의 화전양면 전술로 볼 수 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백두혈통’ 남매의 선 비판담화·후 위로친서는 이른바 ‘어르고 뺨 때리기’로, 이중 메시지를 통해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한국 사회의 ‘자중지란’을 노린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대남행보 이면엔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서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상황을 주도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새 판’을 짜겠다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한국 외교가의 평갑니다. 이 경우 남북관계는 미북관계의 종속변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민구 전 한국 국방부 장관 (1/16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국제회의): 북한의 '새로운 길'은 새로운 길이 아닌 사실 '본래의 길'입니다.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해 한국에 대해 전략적 우위를 점유한 가운데 김정은 독재체제를 보위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언제가는 한반도 적화의 꿈을 이루고자 할 것입니다.

북한이 남북 간 9.19군사합의 ‘적대행위 금지’ 조항을 내세워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백두혈통’ 남매의 상반된 메시지 속에 담긴 ‘진짜 속내’도 (김정은 친서에 담긴) '코로나19',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이 아닌 (김여정이 제기한) ‘군사훈련’, 즉 ‘근본문제’의 해결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한국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핵무기를 지렛대로 한반도 정세의 ‘판갈이’를 시도하고 남북관계에서도 일종의 ‘위계적 형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위로 친서 역시 자신을 스스로 ‘전체 조선민족의 최고 지도자’란 관점에서 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의 이 같은 전략적 인식은 지난해 말 예고한 ‘새로운 길’에서도 확인됩니다.

‘새로운 길’이란 결국 ‘한반도의 현상변경’을 위한 지속적인 핵능력 고도화와 다종의 전략무기 개발, 중국, 러시아와의 밀착 강화입니다. ‘한국’은 더 이상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 : 북한의 당 전원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메시지나 대남관계, 남북관계 관련 내용은 없지 않았습니까? 이는 앞으로의 상황, 특히 금년의 상황을 관리해 나가는데 있어 한국으로부터 기대하는 바가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새 전략무기’를 언급하며 미국을 향해 ‘실제 행동’을 예고한 만큼 언제든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정치적 비용이 큰 고강도 도발보단 한국을 겨냥한 저강도 무력시위나 신형 무기개발시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른바 ‘약한 고리 때리기’입니다.

미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한국에 대한 군사전략적 우위를 과시하기 위한 의도입니다. 당 전원회의에서의 대남 메시지 생략은 북한이 언제든 사전 통보없이 대남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무언의 ‘경고’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차두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 (2020 아산 국제정세전망): 지금 방사포가 300~400킬로미터 정도 날아가는데 이미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입니다. 북한이 일본 근해까지 닿을 수도 있는 초대형 방사포를 선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대안은 굉장히 많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김정은의 ‘친서 외교’완 별도로 언제든 자신들의 전략적 시간표와 내부 필요에 의해 한국을 겨냥한 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한국 내에서 김정은의 친서가 당장의 위기 극복을 위한 전술적 변화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이를 ‘자위적 차원의 통상훈련’으로 주장하며 한국 정부에 수용할 것을 강압하고 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를 일상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내부 필요에 의해 한국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북제재 장기화에다 신형 코로나 사태로 사정이 다급해진 북한이 ‘한국’을 돌파구로 삼으려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정은의 ‘친서 외교’는 한국과의 손을 잡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관측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은의 친서는 남북 대화와 협력의 점진적 재개의사를 비친 것으로, 향후 신형 코로나 사태 진정 이후 보건과 관광부문 협력을 위한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보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의 협상 교착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재 장기화에 이어 신형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이는 하노이회담 이후 북한이 유지해온 ‘선미후남’ 기조를 계속 가져가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올 한 해 북한은 판을 깨지 않는 선에서의 도발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남북 정상 간 이른바 ‘톱다운 방식’을 내세우며 상황을 관리하고 정세를 주도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여정의 비난 담화에 이은 김정은의 친서 외교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을 분리 대응하는 대미 접근법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정상 간 유대의 끈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상 간의 결단으로 상황 반전을 도모하려 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한미의 주요 정치일정을 앞둔 이 같은 ‘한국 흔들기’는 결국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중 택일하라’는 북한의 거센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정부의 정교하고 치밀한 대북 접근법이 요구된다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