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선언을 비핵화의 시작으로 규정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의 의미를 세 가지로 평가했습니다.
먼저 북한의 이번 조치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초기 조치로서 비핵화가 시작됐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상당한 성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석방에 이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국제 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환영합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 이행 의지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일 오는 23일부터 사흘간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또 모든 과정을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5개국 기자단에게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풍계리가 사실상 북한의 유일한 핵실험 장소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북한의 ‘미래 핵포기’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4개 갱도 가운데 1, 2번 갱도는 과거 핵실험으로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3번 갱도는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고 4번은 새로 만들기 위해 최근까지도 굴착공사가 진행됐다는 겁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핵은 소형화, 고도화 돼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핵실험장 폐쇄는 이를 위한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다만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정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쇄되면 이에 대한 검증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 핵무기 개발의 핵심 시설로, 핵실험장이 폐쇄되면 과거 6차례 핵실험에 쓰인 핵물질의 종류와 양, 정확한 파괴력 등을 파악할 수조차 없게 된다는 겁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 일정을 발표하면서 이전에 밝혔던 '전문가 초청'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당분간 핵폐기 검증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향후 미국에 대한 협상 카드로 삼으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핵실험장 폐쇄 때 핵 관련 전문가를 초청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비핵화라는 긴 여정에서 전문가 검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예고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갱도 폭파방식의 폐쇄 행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동향은 아직 식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오가는 북한의 인원과 차량은 평소 수준과 차이가 없다며 풍계리 핵실험장 내 건물이 철거된 동향도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