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의 북한 풍향계] “북 대남압박, 대미도발의 ‘전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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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속전속결식 강경행보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누적된 불만이 '전단 살포'란 기폭제로 표출되는 양상인데요. '약한 고리'인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가속화해온 북한은 미국에 대해선 날을 세우면서도 '전략적 여지'를 남겨두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북한 대남 공세의 최종 겨냥점은 '선 비핵화와 제재' 셈법을 고수하는 미국이란 점에서 사실상 대미 도발의 전초전이란 관측도 나오는데요.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예고한 '새 전략무기'의 현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입니다. 북한 현안을 분석, 전망하는 '김은지의 북한 풍향계'입니다.

북한의 속전속결식 대남강경행보로 촉발된 한반도 긴장국면.

직접적 원인은 전단 살포 등 한국의 대북 접근법에 대한 노골적 불만이지만, 근본 원인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미북 대립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한국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 (6/18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토론회):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지난 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미협상 결렬의 시한을 연말로 정한 데 이어 정면돌파전을 선언했습니다. 대미관계에서의 긴장이 언젠가는 협상국면과 다른 형태로 갈 것이라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그것의 한 형태라고 본다면 현 국면이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말 정면돌파전을 통해 비핵화 협상 무용론을 내세우며 대미 강압전략 채택을 예고했습니다. 미국을 향한 ‘충격적 실제 행동’ ‘강력한 핵 억제력의 경상적 동원태세 항시적 유지’ 방침도 밝혔습니다.

미국과의 대결국면에 입각한 대외강경책의 ‘예고편’인 셈입니다.

지난 4일 김여정의 입을 통해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북한은 싱가포르 합의 2주년 계기 담화를 통해 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며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코로나19, 신형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로 미뤄둔 대미 전략 도발을 유사시 언제든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겁니다.

북한은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또는 차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몸값’을 최대한 키우겠다는 판단 하에 자신들의 전략적 시간표에 따라 예고한 ‘새 전략무기’를 단계적으로 현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민구 전 한국 국방부 장관 : 올 한 해 북한 비핵화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이고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 상황의 도래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핵 군축 협상을 제기할 것입니다. 만일 미국이 이러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연이은 군사 도발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끌어올림으로써 자신들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받고자 할 것으로 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으로선 미국이 코로나 사태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가 돼 북한 문제에 신경을 쓸 수 없는 현 상황이 핵·미사일 능력을 급속도로 고도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궁극적 겨냥점은 미국과의 핵 담판을 통한 제재 완화입니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란 극적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코로나발 위기와 재선 준비로 북한 문제에 신경 쓸 여력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 : 올해의 경우 핵확산금지조약 NPT체제가 발효된 지 50주년을 맞은 가운데 북핵과 이란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동시에 부상해 있는 상황입니다. 그 사이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 대선 국면과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북핵 문제는 미 정치권의 큰 이슈로 부상하지 못하고 현재 관리모드 상황에 있습니다.

정책적으론 ‘선 비핵화와 제재’의 관성이 강력하게 작동 중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외교에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제재는 미국의 국내법과도 얽혀 있어 단기간 내에 완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북한의 대남 위협이 미국을 향한 무력도발로 이어져 대선국면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 위협이 미국을 향한 ‘벼랑 끝 강압 전술’의 질적, 양적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섭니다.

최근 북한의 대남 강경 전환 역시 대선을 5개월 남짓 앞두고 미국이 움직일 여지가 적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북 협상 교착국면 속 미 대선의 불확실성, 고강도 제재에 더한 코로나발 위기는 북한이 ‘남북관계 파국’이라는 ‘현상타파’ 전략을 택하도록 만든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갑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적, 환경적 제약 요인이 단기간 내에 변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김정은 정권의 최우선 당면 목표가 대선 이후의 미국을 상대로 한 ‘제재 완화’ 강압이란 점에서 미국을 겨냥한 ‘충격적 실제 행동’ 가능성 또한 높아졌습니다.

한국 내에선 이에 따라 북한이 ‘한국 때리기’를 시작으로 긴장을 점차 고조시키다 한미 연합훈련 재개 등 도발의 ‘명분’을 만들어 본격적인 대미 도발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성욱 전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북한이 ‘존재감’을 과시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6~8월경 군사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으로선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자신을 잊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 대선을 앞두고 발생하는 큰 변수, 즉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란 분석입니다. 이르면 올 여름 북한의 ‘충격 요법’이 재개될 수 있습니다.

김성한 전 한국 외교부 차관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북한의 시선은 여전히 워싱턴을 향해 있습니다. 김정은이 '새로운 길'을 언급했지만, 결국 '새로운 길'이란 이 상태로 미 대선까지 기다리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올여름 대규모 전략도발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은 워싱턴을 움직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데 99.9%의 관심이 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따라서 자신들의 전략적 지위를 과시할 수 있는 방식의 도발을 통해 ‘몸값’을 올린 뒤 미국의 대선 이후 있을 담판에서의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미국의 레드라인, 금지선을 넘는 고강도 도발은 최대한 후순위로 미룰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레드라인의 임계점을 넘나드는 ‘도발의 모호성’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추가 제재와 같은 위험 부담은 낮추되 도발의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이 당분간 수직적 핵 고도화, 즉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같은 고강도 도발은 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수평적 핵 고도화, 즉 핵물질을 늘리거나 핵 실험장을 복구하거나, 영변에서 이상 징후를 보이는 등 이른바 금지선을 넘지않는 행위를 통해 핵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경고를 미국에 보낼 것으로 봅니다.

톱다운 방식의 외교가 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을 선호하는 북한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도발 수위’를 정교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국면 이후 중국의 대규모 지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따라서 핵 탑재 가능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 대공미사일 개발 공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엔진시험, 인공위성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가 유력한 카드로 꼽힙니다.

결국 불가측성과 불안지수를 높이는 북한의 무력 도발은 도발의 강도나 수위에 관계없이 한반도 정세의 ‘위기지수’를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의 최대 위협요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당장 이 흐름을 반전시킬 만한 방안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북한으로서는 일단 여러 협상 카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대남공세를 펴고 그 다음에는 오는 9월이나 10월 정도가 되면 본격적인 대미 공세로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다 미중 전략경쟁 구도가 코로나 사태와 맞물리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탭니다. 이 경우 북한의 전략적 오판이 자칫 뜻하지 않은 돌발상황으로 치달을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단기적으론 북한의 도발을 비롯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론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