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한산 석탄 불법 반입 확인…“러시아산으로 위장 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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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동안 제기돼온 북한산 석탄의 한국내 반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수백만 달러 상당의 북한산 석탄 등 원자재가 러시아산으로 위장돼 한국에 불법 반입됐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수사한 북한산 석탄 반입 의심 사례는 모두 9건입니다.

조사 결과 한국 내 수입업체 3곳이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북한산 석탄과 선철을 한국으로 불법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반입 규모는 3만 5천여t, 금액으론 600만 달러 상당입니다.

이들 업체는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 소재 항구로 운송한 뒤 러시아산인 것처럼 원산지를 속여 한국에 반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노석환 관세청 차장: 피의자들은 UN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에 따라 북한산 석탄 등이 사실상 수입이 불가능하게 되자 북한산 석탄 등을 러시아 항구에 일시 하역한 후에 제3의 선박에 바꿔 싣고 러시아산인 것처럼 원산지증명서를 위조하여 세관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총 6회에 걸쳐 국내로 반입하였습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6일 평안북도의 무역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자국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위장해 수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2016년부터 대북제재로 석탄 수출이 어려워지자 북한의 무역회사들이 러시아 연해주의 나홋카항과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석탄을 보낸 뒤 서류를 위장해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이들 업체가 북한산 석탄이 금수조치로 가격이 떨어지자, 한국에 들여올 경우 매매 차익이 크다는 점을 노려 불법 반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관의 검사가 강화되자 일부 석탄의 경우 아예 원산지증명서 제출이 필요 없는 품목으로 신고해 단속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석탄을 한국에 들여오는 과정에서도 홍콩이나 영국, 러시아에 세운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 즉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앞세워 감시의 눈을 피했습니다.

다만 북한산 석탄의 경우 북한과 제3국 간 무역을 중개하는 대가로 받은 것이어서 북한에 직접 지급되는 현금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채택한 결의 2371호를 통해 북한산 석탄에 대한 전면 수출금지조치를 내린 바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산 석탄을 한국 내에 들여온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합니다.

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북한산 석탄을 운반한 선박 4척에 대해선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하고 한국 내 입항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수입업자 3명과 업체 3곳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입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상 수입 금지 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반입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외교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정부는 다만 이번 사안의 경우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온 만큼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모든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조치입니다.

청와대도 이날 "한미 양국이 공조와 신뢰 속에서 석탄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며 "한미 간 갈등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제재 대상이 되진 않더라도 금수 품목의 반입을 제때 차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 차원의 후속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재발 방지 대책과 관련해 우범 선박에 대한 선별을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검색과 출항 시점까지 집중 감시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