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의 북한 풍향계] “내년 상반기, 비핵·평화프로세스 분수령…정세관리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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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내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할 국가전략은 향후 김정은 정권의 대내외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의 중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대통령선거 결과와 대북 메시지 등을 지켜본 뒤 협상에 나설 지, 군사적 압박 수단을 동원한 대결국면으로 선회할 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과정에서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무기의 시험발사 여부와 시기도 신중하게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의 대외전략이 확정되는 내년 상반기의 경우 한반도 비핵·평화프로세스의 중기적 전망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북한 현안을 분석, 전망하는 '김은지의 북한 풍향계'입니다.

현재 미북 간 교착국면을 야기하고 있는 전략, 방법, 구조적 요인들이 연말 이후에도 강력하게 작동할 경우 교착 상황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외교가는 무엇보다 미 대통령선거와 북한의 전략 전환 여부, 코로나19 라는 새로운 변수와 현재의 교착요인 형성 변수와의 영향력 정합의 결과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도전요인들이 현재의 교착요인들과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미북관계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지을 것이라며 북한 역시 교착요인과 미래 변수간 관계를 고려하며 대미, 대남전략을 구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우선 미 대선 요인은 향후 미북관계와 비핵·평화프로세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대선 이후에도 미국의 대북 관여정책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미북 대화의 재개 속도와 협상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대북정책은 변화보단 연속성이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존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기조 위에 직접 외교를 통한 일괄타결(grand bargain)식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직접 외교보단 실무진이 핵협정을 위한 세부사항을 만들어가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대북정책에서 탑다운 외교를 지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두 차례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점을 감안해 이번엔 탑다운 협상을 하더라도 실무 차원의 사전 준비를 통해 추진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 기조는 화염과 분노, 최대의 압박과 관여, 핵문제의 경우 CVID, FFVD 입장을 여전히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후보의 경우 압박과 협상 병행 기조 하에 북한에 대해 단계마다 검증하고 확인하는 접근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내실은 커지는 반면 타협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이르면 내년 초반부터 미북 협상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는 반면, 바이든 후보의 경우 새 내각을 구성하는 데 대략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내년 여름은 돼야 협상 재개 준비가 구체화될 전망입니다.

북한은 현재 미국의 대선 진행 상황을 주시하며 협상 재개에 대비한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차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내치에 집중하면서 내부적으로 핵능력 고도화를 지속하며 협상전략을 재정비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북한은 당 창건75주년 열병식을 통해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자위적 억제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해 제7기 5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의 연속선상 메시지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의 변화가 없다면 군사력을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속도와 양적, 질적 측면에서 계속 진화시키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대미 압박 성격의 메시지라고 분석했습니다.

관건은 향후 북한의 전략전환 여붑니다.

북한은 미국의 대선 결과와 대북 메시지 등을 지켜본 뒤 협상에 나설 지, 군사적 압박수단을 동원한 대결노선으로 선회할 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1월 예정된 북한의 8차 당대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윱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역임한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해까지 2년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경제를 앞세운 ‘선경’ 정치를 도모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며 따라서 아버지 대의 선군 정치로 갈 것이냐를 고민하며 끊임없이 도발 여부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채택할 국가전략의 경우 향후 수년간 김정은 정권의 대내외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미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중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한국 내에선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이른바 ‘새로운 길 시즌2’를 채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 해 말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거부한 채 ‘새로운 길’을 예고한 김정은 정권은 현재 내부적으론 코로나19와 수해, 대북제재에 따라 경제난이 가중된 상탭니다. 대외적으론 미중 갈등 심화와 이에 따른 제재 우회로 확장 가능성, 미국 내 코로나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등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8차 당대회에선 이 같은 상황 변화를 반영한 노선과 대책이 확정될 전망입니다.

김갑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에게 미 대선이 끝나는 오는 11월부터 8차 당대회가 열리는 내년 1월까지의 기간은 내부적으로 ‘미 대선’이란 불확실성이 제거된 기반 위에서 미북, 미중, 남북관계, 그리고 북한 내부 등 여러 변수에 따른 다양한 조합을 최종적으로 분석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8차 당대회 국가전략의 기본 기조는 지난 해 말 선언한 ‘새로운 길’의 양 극단 정책인 북한식 단계적 비핵화와 미북 갈등 격화 중 하나가 될 개연성이 큽니다.

북한이 만일 타협전략을 폐기하고 강압전략으로 전환할 경우 교환수단으로서의 핵능력의 가치를 급격히 높이려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게 핵무기란 자국의 생존력을 극대화시키는 반면, 미국의 정세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효율적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작년 말 김정은의 ‘새 전략무기’ 언급 관련 교시가 철회됐다는 신호가 없는 점은 여전히 우려스런 대목입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대미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데는 일종의 법칙성이 있습니다. 일단 북한이 전략무기 도발을 하고, 미북 간에 군사적 긴장 수위가 위험스럽게 높아진 뒤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도 함께 고조되는 이 세 가지 위기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경우 미북 간에 실질적인 협상이 벌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나 2017년도의 상황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만약 미북 간에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지려면 이 같은 삼중의 위기가 다시 발생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북한이 미 대선을 전후로 도발해온 전례를 감안할 때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무기를 시험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선 결과와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에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를 감행할 가능성도 열어 뒀습니다.

하지만 ICBM·핵실험 중단은 현재의 미북 국면을 유지하고 있는 상호적 모라토리움, 유예의 핵심이란 점에서 북한이 실제 파기에 나설 경우 한반도 정세는 2018년 이전의 대결국면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미북 간 대화의 접점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비핵·평화프로세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다만 북한 역시 치러야할 비용(추가 제재, 중러 지원 제한 등)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바이든 후보 당선시 평양은 ICBM 카드의 사용 여부와 시기를 신중하게 저울질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이뤄지는 기간까지 안정적인 정세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북한의 대외전략이 확정되는 내년 상반기는 한반도 비핵·평화프로세스의 중기적 전망을 좌우하는 관건적 시기라며 한국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미 대선과 코로나 국면을 감안해 북한과의 인도적 협력을 중심으로 비핵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모색해왔습니다. 코로나발 위기와 연이은 자연재해는 인도적 차원에서 남북 협력을 재개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섭니다.

북한은 그러나 한국 정부의 거듭된 협력 요청에도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조남훈 한국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민화협 남북관계 전망 토론회 ) : 북한으로선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상 그리고 대미 전략상 한국으로부터의 인도적 지원이나 협력에 응하지 않는 편이 더 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즉 미 대선때까지 한국으로부터 인도적 지원을 받지않은 채 힘을 응축해뒀다 대선 이후 미국과의 관계를 정리한 다음에 남북관계를 뒤이어 개선하려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정은 정권은 코로나발 위기 국면을 오히려 내부 역량 강화의 기회로 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제난 속에서도 8차 당대회 소집과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란 ‘분위기 쇄신용 반전 카드’를 꺼내든 상탭니다. 경제 실패를 자인하면서도 수세적이 아닌 공세적 대응을 택한 겁니다.

무엇보다 지난 해 선언한 정면돌파전의 경우 ‘제재 압박 하 자력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장기 국가생존전략이란 점에서 내년 8차 당대회에서 자력갱생의 업그레이드 버전, 보다 향상된 자력갱생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일관되게 보여온 대미 강경 입장과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에 기반한 자력갱생의 틀을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노선으로서 이른바 ‘정면돌파전 2.0’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다만 코로나의 장기적 파급효과가 향후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코로나’란 돌발 악재는 북한 경제를 취약하게 할 뿐 아니라 민심 이반과 자칫 리더십(지도력)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협 요인이란 점에섭니다.

북한은 현재 열 달 가까이 이어지는 국경봉쇄와 방역에 대한 최우선적 대응으로 경제난이 가중된 상탭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조치가 고강도 제재에도 북한 경제가 급격한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해준 기존 버팀목들을 크게 흔들었다고 지적합니다.

양문수 북한 대학원대학교 부총장 : 대북제재의 경우 북한 경제에 많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북한의 대응과 중,러의 협력으로 인해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을 여지가 있었습니다. 즉 북한은 제재 충격 속에서도 직접적 제재 대상 품목이 아닌 소비재와 일부 중간재의 종전 규모의 공식 수입 유지, 비공식무역/원조 지속을 통한 각종 물자의 확보, 제재의 충격을 덜 받는 농업과 에너지 분야의 현 상황 유지와 같은 일종의 버팀목, 완충지대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차단 조치로 인해 이 같은 기존 버팀목들이 사실상 무너지게 된 상황입니다.

북한은 앞으로도 자력강화 등을 내세워 자체 생산을 독려하면서 대외무역의 경우 당분간 큰 틀에서 봉쇄정책을 유지하되 전략물자나 주요 소비 물자를 중심으로 수입을 늘려가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제는 코로나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종식될 지 추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의 북한 경제 불확실성이 ‘코로나’라는 예측이 어려운 외생적 충격에 따른 것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경제정책의 수립이나 단기적인 경제회복 역시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한이 자체 내부 자원만 가지고 경제를 회복시키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선 경제 회복보다는 경제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처럼 중국에게 지나치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경제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향후 북한 경제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내에서 북한 당국의 정책과 무관하게 인도적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제재, 코로나, 수해의 삼중고가 겹침에 따라 북한의 무역과 산업, 재정에 이은 시장이 일시에 붕괴 내지는 혼란에 빠지는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이 경우 북한 당국의 선택과 무관하게 대규모 인도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이 같은 경제 상황은 북한의 전략환경과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북한 내 피해 정도와 지도부의 위험평가수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장기화 국면에서 미국과 중국, 한국 등 관련국들의 대북 관여정책이 정책적 후순위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대가에 대한 기대 충족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협상 여건이 개선되기 쉽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정성윤 연구위원은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미북 양측의 피해 정도는 상대에 대한 전략과 협상수단의 등가성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충분하다며 향후 미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비핵평화프로세스 추진과정에 있어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결국 북한으로선 미 대선과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코로나 장기화라는 변수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대내외 정세를 관리할 필요성이 커진 셈입니다.

열병식 당시 북한의 대남 유화 메시지 이면엔 이 같은 북한의 정세관리 인식이 반영된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기동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 6월 대남 군사행동 유보 결정,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사과에 이어 열병식 연설 당시 남북관계 개선을 암시한 것은 지난해 김정은의 남북관계 중단 지시를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으로선 다만 경제적 취약성을 드러내며 대외관계 개선에 나서는 데 소극적인 만큼 국제사회의 코로나 대응추세(백신과 치료제 개발)를 봐가며 본격적인 대화 재개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현재의 미북 간 교착요인에다 코로나 영향이 중첩될 경우 비핵화 협상이 장기 공전할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의 능동적인 전략 변화를 견인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향후 1년이 북한 비핵화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란 점에서 내년 8차 당대회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염두에 둔 국가전략이 수립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