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 연방법원이 지난 2016년 2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사건' 당시, 북한 연루 해킹조직인 '라자루스'(Lazarus)와 공모한 필리핀계 은행 측 관련자들과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측 관계자들을 처음으로 소환합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 남부 연방법원은 원고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측과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피고 '리잘 상업은행'(RCBC∙Rizal Commercial Banking Corp) 측에 다음달 2일 오전 10시30분에 출석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사진참고)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날 원고와 피고 측은 뉴욕 남부 연방법원의 로나 스코필드 판사 주재로 ‘재판전 협의’(pretrial conference)를 하게 되며, 장소는 법원 내 1106호로 결정됐습니다.

이번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사건’을 다루는 로나 스코필드 판사(사진)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임명된 필리핀계 미국인 여성 연방판사인데, 피고 측 ‘리잘 상업은행’이 필리핀계 은행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앞서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은 지난 2016년 2월 북한 해커로 인한 피해액 8,100만 달러를 보상받기 위해 ‘리잘 상업은행’ 등을 상대로 지난 1월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에 지난달 뉴욕 남부 연방법원은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사건’에 연루된 ‘리잘 상업은행’을 포함한 필리핀계 회사 법인 4곳과 필리핀계와 중국계 개인 16명 등에 대한 소환장(summons)을 발부했습니다.
현재 소환장은 국제우편서비스인 ‘페덱스’(FedEx)를 통해 피고들에게 송부된 상태입니다.
‘재판전 협의’에서는 원고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측과 피고 ‘리잘 상업은행’ 측의 변호사가 대리해 참석할 수도 있으며, 원고와 피고가 재판 전이나 도중에도 상호간 ‘합의’(settlement)를 이룰 수도 있습니다.
한편, ‘리잘 상업은행’은 12일 성명을 통해 “‘방글레데시 중앙은행’을 상대로 최소 필리핀화 1억 페소, 즉 미화 약 19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명예훼손 소송을 필리핀 마카티 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성명에서 ‘리잘 상업은행’은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이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지속적으로 ‘리잘 상업은행’의 명성과 평판(image)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의 시라줄 이슬람(Sirajul Islam) 전무이사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우리는 뉴욕 법원에 ‘리잘 상업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리잘 상업 은행’이 우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권리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We filed a lawsuit against the RCBC at a court in New York. Being aggrieved, they reserve the right to file a counter-lawsuit against us.)
그러면서 이슬람 이사는 “‘리잘 상업은행’ 관계자들과 토론을 통해 도난당한 자금을 회수하는 것과 관련해 논의했었다”고 밝혔습니다. (They had meetings with RCBC officials and other officials regarding recovery of the stolen money though discussion.)
하지만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은 ‘리잘 상업은행’과의 논의에서 자금회수와 관련한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단은 12일 공개된 연례보고서에서 미국 법무부의 기소장을 인용하며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사건'도 언급했습니다. (아래사진)

그러면서 전문가단은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사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The Panel continues its investigation of the case.)
앞서,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9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사건’의 배후가 북한의 대표적인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라자루스’의 해커 박진혁이라고 지목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