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지휘∙감독하는 미국 법무부가 '스페인(에스빠냐) 당국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침입 용의자들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괴한 침입사건과 관련해 스페인 당국이 최근 용의자들에 대해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스페인 법원이 이들의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이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질의에27일 “정책상, 법무부는 이러한 요청이 존재함을 포함하여 범죄인 인도 문제에 대한 외국 정부와의 통신에 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As a matter of policy, the Justice Department does not publicly comment on correspondence with foreign governments on extradition matters, including the very existence of such a request.)
앞서, 로이터와 AP통신은 스페인 법조계 소식통을 인용해 신원이 확인된 모든 용의자가 침입 사건 후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스페인 당국이 이들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스페인 고등법원은 수사 상황을 토대로 작성한 공식 문서에서 당시 스페인 대사관에 침입한 이들은 모두 10명으로, 이 중 멕시코 국적의 미국 거주자인 ‘에이드리언 홍 창’(Adrian Hong Chang)이 며칠 후 연방수사국과 접촉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이드리언 홍 창’은 스페인 당국이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 중 한명으로, 현재 용의자 중 ‘샘 류’(Sam Ryu)라는 이름의 미국 시민권자와 ‘우 란 리’(Woo Ran Lee)라는 이름의 한국 국적자 등 용의자 10명 중 3명의 신원만 확인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27일 ‘자유조선’을 대표해서 미국의 리 올로스키(Lee Wolosky)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일어난 일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 하고 있는 언론 보도를 인용한 판사의 진술이 너무 많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There are a number of statements attributed to the judge in media reports that do not accurately reflect what happened in Madrid)
그러면서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일상적으로 그리고 일관적으로 정적을 처형하는 잔혹한 정권에 반하여 일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공개한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It was, in any event, highly irresponsible to disclose publicly the names of people who are working in opposition to a brutal regime that routinely and summarily executes its enemies.)
올로스키 변호사는 과거 미국의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 시기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초국가적 위협’ 국장(Director for Transnational Threats)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행정부 시기에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특별대사’(U.S. Special Envoy for Guantanamo Closure)를 역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 사건의 용의자인 ‘에이드리언 홍 창’이 미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링크(LiNK)의 공동설립자였던 ‘에이드리언 홍’(사진)과 동일 인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링크의 박석길 한국 지부장은 "'에이드리언 홍'은 대학 시절 때 링크의 공동설립자였지만, 10년 넘게 링크의 활동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에이드리언 홍 창’이 스페인어가 국어로 통용되고, 스페인 문화권인 멕시코 국적자로 알려진 가운데, 그의 ‘법적 이름’(legal name)이 ‘스페인식 이름’으로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스페인식 이름’은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을 같이 사용합니다. 이에 따라, ‘에이드리언 홍 창’은 한국 성씨로 알려진 ‘홍’과 ‘장’의 성씨를 가진 한국계 부모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 ‘에이드리언 홍 창’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편, ‘링크’의 공동설립자였던 ‘에이드리언 홍’은 지난 2009년 미국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인 ‘테드’(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와의 인터뷰에서 ‘취미생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 ‘샌디에이고 차저스’(미국 풋볼팀 현 LA 차저스)를 위해 응원하거나 악담하며, 멕시코 음식을 먹고 고전영화를 즐긴다”고 말하면서 멕시코를 언급하기도 한 바 있습니다. (Mostly I enjoy cheering for or cursing over the San Diego Chargers, consuming good Mexican food and watching classic movies.)
또 ‘에이드리언 홍’은 지난 2016년 3월 캐나다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과 탈북자(The HR situation and Defectors from NK)’를 주제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하기도 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당시 ‘에이드리언 홍’은 증인으로 나서 북한은 안팎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며 북한에 급격한 변화가 임박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에이드리언 홍 : 저는 빠르면 올해 안에 아니면 아무리 늦어도 향후 2~3년 안에 북한에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변화(not systematic, incremental change)가 아니라 급격하고 근본적인 대변혁(but dramatic, fundamental upheaval)이 발생한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현재 ‘자유조선’과 ‘링크’ 등은 ‘에이드리언 홍 창’이 ‘에이드리언 홍’과 동일 인물인지 여부를 확인하거나 공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북한 전문가들과 북한 인권운동가들은 익명의 북한 인권운동가들의 신상털기 등 2차 피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나타냈습니다.
미국의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27일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트위터에서 “실제 존재하는 사람을 범죄에 연루됐다는 보도들이 그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익명의 인권운동가들을 인용해 그(에이드리언 홍 창)의 부모님을 노출시키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Something wrong with this piece that implicates a real person and thereby endanger his life and outing his parents based on an unnamed "human rights activist.")
또 익명을 요구한 북한 인권운동가도 “익명으로 활동하는 북한 인권 운동가들의 신상이 노출되면, 북한 정권으로부터 탄압과 감시가 심해져 전체적으로 북한 인권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아울러 ‘자유조선’도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우리 중 누군가를 밝혀내기 위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평양의 정권을 돕고 부추기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