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가 북한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지난 2016년 한 해 약 7천5백명이 심장마비, 뇌졸증 등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17일 ‘업무 관련 질병 및 부상에 대한 추정치 공동보고서 2000-2016’(WHO/ILO Joint Estimates of the Work-related Burden of Disease and Injury, 2000–2016)를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2016년 한 해 주당 55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혈관질환(stroke) 사망자가 약 5천6백(5,632)명, 허혈성 심장질환(ischemic heart disease) 사망자가 1천9백(1,881)명 등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총 약 7천5백(7,513)명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표 참조)

또 보고서는 북한에서 장시간 노동에 의한 질병과 장애로 건강하게 살지 못한 기간인 ‘장애보정생존연수’(DALY)가 생긴, 즉 부상 및 장애가 발생한 사람은, 2016년 한 해 뇌혈관 질환의 경우 16만(158,569)명, 허혈성 심장질환 약 5만2천(52,267)명으로 추산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한국보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습니다.
실제 지난 2016년 한 해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에 의한 뇌혈관질환 사망자 수 추정치는 약 1천7백(1,733)명,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자 수는 872명으로, 총2천6백여(2,605)명이 장시간 노동 때문에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는 북한 총 약 7천5백(7,513)명 보다 약 5천명 더 적은 수치입니다.
또 2016년 북한에서 장시간 노동에 의한 뇌혈관질환 사망 추정치는 15세 이상 인구 10만 명당 28.1명인데 반해, 한국의 경우 10만명당 3.9명에 불과했습니다.
이어 2016년 북한에서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 추정치도 인구 10만 명당 9.4명으로, 한국의 10만 명당 2명보다 4배이상 더 높았습니다.
이와 관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 인권특사는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증언들을 토대로 볼 때 북한의 노동 인권 상황은 전 세계 다른 국가들보다 매우 끔찍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보고서 발간 관련 발언을 통해 지난 2016년 세계보건기구와 국제노동기구가 장시간 노동에 관한 공동보고서를 내기로 합의했고, 5년 동안의 조사 끝에 올해 처음으로 추정치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 우리 보고서는 산업 보건 및 안전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인 보장을 제고하겠다는 약속을 존중함으로써, 국가와 기업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개선하고 보호하도록 경종을 울릴 것입니다.
이 공동보고서는 북한을 포함해 전 세계 183개국을 대상으로, 주당 55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 수와 부상자 수를 추정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은 자율신경계, 면역체계, 고혈압 등에 직접적 악영향을 미치며, 흡연, 음주, 운동부족, 식습관 불량, 수면부족 등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나쁜 습관을 형성하여 뇌혈관질환과 허혈성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을 증가시킵니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국가들에 대한 통계 보고자료와 세계보건기구의 ‘세계 건강 추정’(Global Health Estimate) 보고서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적 추정을 통해 사망자 수 등을 추산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국제노동기구(ILO)의 대변인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더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North Korea is not a member of the ILO, therefore we are unable to help with any information on the country.)
그러면서 그는 이번 보고서가 공동저자인 세계보건기구에 보고된 자료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이경하,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