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추후 미국과의 단계적 비핵화 협상에 착수하더라도 핵무기 폐기 단계에서 협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8일 주최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정세전망’ 국제학술회의.
일본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학 명예교수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시작한다면 비핵화를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논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한 포괄적 로드맵, 즉 이정표를 요구하는 한편 북한은 각 단계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구체적 제재 해제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미국으로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 이를 위한 핵 시설 폐기 등이 가장 시급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폐기하는 과정은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무기들이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상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오코노기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 폐기 단계 이전에 미북 수교, 주한미군 철수 등 정치적 요구를 내세우거나 그 단계에서 비핵화 협상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학 명예교수 : 이미 병기화 된 핵무기나 미사일을 폐기하는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단계 이전에 미북 수교, 주한미군 철수 뿐 아니라 남북 간 군비축소, 연방제 실현 등 여러가지 정치적 요구까지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그 단계에서 비핵화 협상을 중지해서 하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북한이 현재 한국의 중재 외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과의 직접 협상이 외교적으로 대남 우위를 보장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당분간 남북대화가 성사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미북 비핵화 합의가 성사되고 제재가 완화된다면 남북관계에서도 경제협력을 토대로 한 대화와 협력이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 도출 단계에서부터 단계적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강력한 검증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최근 발표한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도출해도 이는 미국이 북한을 신뢰한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짜여진 이행 합의를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과거 북한과의 합의는 항상 검증 전 단계에서 중단됐다며 합의 이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도출할 때 북한은 끝까지 특별사찰을 거부했고 지난 2007년 6자회담 이행 합의 이후에도 시료 채취(sampling)를 포함한 검증의 문턱을 넘을 수 없었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