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 시도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이 미국 방문 계획을 보류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15일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화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정립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며 이달 말로 예정됐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미국 방문 계획을 잠정적으로 보류했다고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인영 장관의 미국 방문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 여건 조성과 같은 성과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당국자는 또 방미를 통해 접촉할 미국의 주요 당국자들과 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6월 말보다 더 적절한 시기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성과 있는 미국 방문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방미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초 미국이 새로운 대북정책에 관해 설명하겠다며 접촉을 요청했지만 대화에 응하지 않았고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인영 장관은 이날 한국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주최한 ‘2021 통일정책포럼’ 축사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대화 재개 여건이 마련됐다며 북한에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또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하고 식량·비료 등 민생협력을 포함하는 포괄적 인도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활동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다만 북한이 한국의 대화 제안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이날 행사에서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진전 속도에 대한 한미 간 견해 차이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자력갱생 기조, 대남 적대정책, 북중관계 의존 등 남북관계 개선을 저해하고 있는 대내외적 요인들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더해 신형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가 장기화하고 북한 내 백신 공급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남, 대미 공식대화를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재성 서울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관계 개선 노력이 비본질적 문제들에 대한 접근이라는 북한의 인식 속에 한국이 미북 협상 재개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북한이 생각할 것인지 또한 관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재성 서울대학교 교수 : 인도적 협력을 넘어선, 북한이 이야기하는 소위 본질적 문제들에 대한 접근이 얼마나 이루어질 수 있을지가 굉장히 큰 과제입니다. 한국이 미국을 움직여야만 북한이 볼 때 한국은 의미있는 행위자이기 때문에 미북관계에서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확보할 수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또 우주 분야 협력 등 한미 간 기술협력이 한국의 국방력 강화로 이어질 것인데 북한이 이를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지 않도록 상호 인식을 쌓아 나갈 수 있는가의 문제도 존재한다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