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해 9월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 피격 당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공무원의 유가족은 국제사회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9월 22일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게 피격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이대준 씨의 친형인 이래진 씨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사건 발생 후 1년이 지났지만 이대준 씨의 죽음에 관한 진상 규명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대준 씨가 사망한 경위와 원인, 그리고 사망 사건의 책임자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지적입니다.
이래진 씨는 특히 코로나19 방역이 민간인 살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북한이 이대준 씨를 송환하지 않고 사살한 이유 등을 밝히기 위해 직접 사고 현장에 방문하고 북한 당국자들과 면담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김정은 총비서가 진심 어린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래진 씨 : 왜 북한은 분명히 대한민국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귀환을 시키지 않았는지 반드시 묻고 싶고요… 앞으로 민간인이 죽임을 당하는 이러한 일들이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됩니다. 전쟁 상황이 아닌데 왜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돼야 됩니까.
이래진 씨는 이에 더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과 평화를 이야기했지만 정작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이대준 씨의 피격 사망 사건을 알리고 국제사회와 공조하며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래진 씨 : 내년 영국에서 있을 아시아인권의원연맹 총회 때 이 부분에 관련해서 또 알려야 될 것 같습니다. 유엔에서도 이 부분을 계속적으로 다뤄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과 한국 내 법률 전문가인 엄태섭, 류제화 변호사는 22일 이대준 씨 피격 사건 1주년을 맞아 유엔의 초법적 약식 자의적 처형 특별보고관에게 진정서를 제출하고 관련 근황을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이래진 씨의 동의 하에 보낸 서한에서 북한이 여전히 피격 사건에 대한 공식 조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점, 이대준 씨의 피살 책임자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은 피격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유족들에게 배상을 하거나 국경지대 즉결 처분 명령 취소와 같은 재발 방지책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선 지난해 10월 제3차 중간발표 이후 사실상 수사가 더 이상 진행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과의 공동 수사 또는 유엔, 국제적십자사 차원의 공동 수사 추진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대준 씨의 유가족은 지난해 10월 유엔이 피격 사건에 개입해 조사를 적극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담은 진정서를 유엔에 발송했습니다. 이에 유엔은 지난해 11월 한국과 북한에 혐의 서한을 보내고 사건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답변서에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중간 수사 보고 등을 통해 유가족의 의문들에 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하태경 의원 또한 지난 22일 인터넷사회연결망인 페이스북에서 현재까지 이대준 씨가 실종자 신분으로 남아있어 유족들은 사건 발생 1년이 지나도록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대준 씨를 구조하고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 그리고 한국 정부가 이대준 씨의 월북설을 제기한 이유 등을 밝힐 것을 요구했습니다.
사건 당시 한국 군 당국은 서해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후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표류하던 한국 공무원을 지난해 9월 22일 밤 9시 반쯤 단속정을 타고 온 북한군이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