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미설득 통로로 한국 활용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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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김정은 총비서가 29일 시정연설에서 한국과 미국에 대조적 발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을 설득하기 위한 통로로 한국을 활용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의사를 밝힌 김정은 총비서.

북한이 지난 28일 신형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지 하루 만에 대남 유화 발언을 내놓은 겁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동시에 미국에 접근하기 위한 통로로 한국을 활용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고 진단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남북관계를 일정 부분 개선하는 분위기를 통해서 자신들의 전략무기 개발 또는 시험, 그리고 미국에게 접근하기 위한 일종의 통로 역할을 한국이 해줄 수 있도록 남북관계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좀 더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홍민 실장은 또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시정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난했지만 미북 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며 미국의 셈법 변화가 있어야 대화에 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에 더해 이번 연설에서 핵무력 관련 발언은 없었지만 ‘국가 방위력 강화’라는 언급 안에 북한이 천명해온 전략무기 지속 개발 의사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김 총비서가 한국에 대해선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을 이야기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선제적 조치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한국이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설득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남북 대화 이후에 북미 대화로 가겠다는 전략적 구도 선상에서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서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그런 간접적인 의도도 담긴 것으로 분석합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은 김정은 총비서가 대선을 앞둔 한국 정부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한미연합훈련 중단, 미국의 전략자산 도입 중단 등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더해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며 북한의 핵 보유와 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은 미중 간 전략경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미북관계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인터넷사회연결망(SNS)인 페이스북에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대내외적 목표 달성을 위해 유리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은 군의 건설인력 동원, 주민들의 안보 우려 해소 등 대내적으로 긍정적인 환경을제공할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우호국들 그리고 국제기구와의 관계를 확대시켜나가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이날 분석자료를 통해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며 앞으로도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화에 나설 의사가 없음을 명시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 이같이 대조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이 미북관계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대남정책에 깊게 관여해온 김여정 부부장이 국무위원에 진출하고 대미정책을 주도해온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물러난 것도 이를 재확인시켜준다는 분석입니다.

정성장 센터장은 그러면서 미북협상 재개를 위해선 한미와 중국간의 전략적 대북정책 공조가 중요하다며 남북미중 간 4자회담 개최를 통해 미북대화를 재개하고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조치들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