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북 ‘새로운 전략무기’ 언급, 비핵화 협상에 도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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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정부가 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 언급에 대해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1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통해 신년 대미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향후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이 철회되지 않으면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이에 한국 정부가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상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에 주목한다”며 “북한이 이를 행동에 옮길 경우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미국의 입장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이날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국이 대북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하면 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한미는 김정은 위원장의 당 전원회의 발언에 대한 평가를 공유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전화 통화를 가졌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본부장은 이달 중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비건 대표와 만나 한반도 정세, 미북 협상 재개와 관련된 협의를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의 특징 분석 자료를 통해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 중단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이날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완곡하게 시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핵, ICBM 시험발사 유예와 미북 싱가포르 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국을 위협했다”는 겁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향후 핵과 미사일 능력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를 통해 국가의 안전과 존엄, 미래의 안전을 그 무엇과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더 굳게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북한의 전략무기를 제재 완화나 다른 것과 바꾸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올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적인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북한이 전원회의를 통해 ‘정면돌파’를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한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중단을 선언하지 않았다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상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중단을 선언하지 않은 것을 평가한다”며 “미북대화가 조기에 개최돼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의 영문판 내용을 언급하며 “북한이 미국의 입장 변화에 따라 전략도발과 대미협상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글판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에는 “북한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향후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명시돼 있는 반면, 영문판 내용에는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표현이 ‘적절히 조정될 것’이라고 쓰여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번 전원회의 결과에 대해 북한이 사실상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했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에 대한 위협을 고조시키는 전략을 채택했다는 겁니다.

다만 북한이 이를 공식적으로 천명하지 않은 것은 2년여 만에 전략노선을 재수정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감과 대외적 파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날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에는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현 정세의 주요 변수로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는 노동신문 1~5면에 대대적으로 실려 주목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는 이날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았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 공동사설이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은 것은 지난 1987년 이후 처음입니다.

김일성 국가주석은 1986년 12월 30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8기 1차 회의 시정연설로 신년사를 대체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