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 한국 입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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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쿠웨이트 주재 대사관 대사대리로 근무했던 외교관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9년 7월 한국에 입국한 조성길 전 북한 주이탈리아 대사대리와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북한 외교관인 류현우 전 북한 주쿠웨이트 대사대리가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5일 연합뉴스 등 한국 내 매체들에 따르면 류현우 전 주쿠웨이트 대사대리는 자녀의 미래를 고려해 지난 2019년 9월 가족과 함께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한국 정착 이후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참사관 직급이었던 류현우 전 대사대리는 지난 2017년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후 서창식 당시 북한 주쿠웨이트 대사가 추방되면서 주쿠웨이트 대사의 업무를 대신하게 됐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당 39호실장을 맡은 바 있는 전일춘의 사위로 알려져 더 주목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치자금을 마련하는 북한의 노동당 39호실은 미화 위조지폐, 마약 거래 등 대규모 외화벌이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국가정보원 공보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고위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탈북민과 그에 준하는 사람들의 한국 입국 사안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통일부 입장에서는 해당 사안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전 북한 주콩고 대사관 1등 서기관 출신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에 따르면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은 중동 지역에서 북한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은 1980년 발발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무기를 판매해 상당한 규모의 외화를 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류 전 대사대리가 과중한 업무와 북한 당국의 압박, 자녀의 미래 등을 고려해 탈북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장성택 당 행정부장의 처형 이후 북한 고위층의 동요가 지속되는 차원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처벌이 가혹하지 않습니까. (잘못하면) 소환시키고 그게 모자라면 정치범수용소까지 보냅니다. 그러다 보니 체제에 대한 혐오가 생기고 앞으로의 미래가 없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죠. 또 체제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류 전 대사대리 등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해외 주재 대사관에 대한 북한 당국의 요구와 압박이 심화됨에 따라 이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과 비전의 부재가 근본 원인일 겁니다. 그 상황에서 해외 공관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과중한 업무 부여도 문제죠. 자금 확보나 부담스러운 업무의 과중이 원인이었을 수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무역업자, 외교관, 고위층의 탈북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북한 주영국 대사관 공사 출신인 한국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식에 대한 고민이 류 전 대사대리의 탈북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태 의원 역시 한국에 망명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탈북 동기 가운데 하나로 자녀의 교육을 꼽은 바 있습니다.

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류 전 대사대리는 부모로서 차마 자식에게만큼은 노예와 같은 삶을 물려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북한에서 특권층으로 살아왔다고 해도 해외에서 비교 개념이 생기면 마음이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태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탈북을 막기 위해 국경 경계를 더욱 강화하고 외교관을 포함한 해외 파견 근무자들에 대한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 노래와 드라마 등 한류가 북한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깨우는 흐름을 폭력으로 영원히 멈춰세울 순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외교관의 한국 망명이 알려진 것은 지난 2016년 태영호 전 공사와 지난 2019년 조성길 전 대사대리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