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이 올림픽 개막식 직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이 때문에 위장 평화공세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한국 내에서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올림픽 참가와 열병식 일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건군절'을 변경하면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대규모의 병력과 장비가 동원된 위협적인 열병식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조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후계자로서 본격적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측면에서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핵무력'의 핵심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과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의 대규모 열병식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릴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미 당국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르기 위해 정례 연합 훈련 일정까지 미룬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열병식을 강행하려는 의도가 주목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건군절을 계기로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미국과의 협상을 대비해 입지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기 때문에 이를 대내외에 과시할 필요도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평창올림픽 기간을 비롯한 상당 기간 동안 북한은 무력시위나 도발 형태의 존재감을 과시할 기회가 없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대규모 열병식은 유엔 대북제재에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열병식은 북한의 위상을 과시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를 강화하는 차원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화전양면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미 평창올림픽을 활용한 평화 공세와 핵무력 과시를 위한 대규모 열병식 계획을 동시에 세워뒀다는 겁니다.
박영호 강원대 교수는 "대규모 열병식은 단기간에 준비할 수 없다"면서 "올림픽을 통한 평화공세로 국제적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 일정은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이같은 북한의 행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우려의 입장을 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미 군 당국이 연합훈련의 일정을 연기한 것처럼 북한도 평화올림픽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 (한·미는) 평화올림픽으로 치르려고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했습니다. 북한이 건군절을 변경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 시점에서) 대규모 열병식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니면 열병식 규모라도 축소해야 합니다.
북한을 미국과의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해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대규모 열병식과는 관련 없이 현재 상황을 미·북 대화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