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대북 원전 제공 위해선 북이 먼저 NPT복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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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주기 위해선 북한이 먼저 비핵국가로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 시점에서 세계의 어떤 나라도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 후보자는 북한에 원전을 제공하기 위해선 최소 다섯 가지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비핵국가로서 복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야 실질적인 검토가 가능할 것이란 입장도 밝혔습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도 대북 원전 제공의 선결 조건으로 꼽았습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 후보자:북한에 원전을 제공하려면 최소한 다섯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첫째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야 검토가 가능합니다. 둘째는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모두 해제돼야 합니다. 또 셋째는 북한이 비핵국가로서 NPT에 복귀해야 합니다.

이어 정 후보자는 북한이 원전을 제공받기 위해선 국제원자력기구, IAEA와 세이프가드(안전조치) 협정을 별도로 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북한에 원전을 제공하려는 나라와 북한 간의 원자력 협력 협정의 체결도 필요하다는 것이 정 후보자의 설명입니다.

최근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가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직후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이라는 문건을 만들었다가 삭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국의 야당 등이 북한에 넘긴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원전을 비밀리에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한국 산업부는 지난 1일 관련 문건을 공개해 해당 문건에 세가지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이 담겨 있다고 밝혔습니다. 첫번째 안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부지인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원전 2기와 사용후핵연료 저장고를 건설하고 방폐장 구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 2안은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3안은 백지화한 신한울 3, 4호기 원전을 건설한 후 북한으로 송전하는 방안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가 없음을 거듭 밝혔습니다. 지난 2018년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원전과 관련된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남북 간 에너지, 전력 분야의 협력 방안을 포함한 한국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담겨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정 후보자는 “(USB에) 남북 간 경제협력 구상을 주로 담았고 여기에 에너지, 전력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도 있었다”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과 낙후된 북한의 수력, 화력 발전소의 재보수 사업 등과 관련된 대략적인 내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정 후보자에 따르면 당시 한국 정부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종료 뒤 이 같은 내용을 미국과도 충분히 공유했습니다.

정 후보자는 “남북 정상회담 직후 워싱턴을 방문해 북한에 제공한 동일한 내용의 USB를 미국에도 제공했다”며 “한반도 비핵화가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경우 남북 간 경협의 미래를 제시하는 목적의 자료였다는 점을 미국에 설명했고 미국도 충분히 수긍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의원실은 2일 한국방송공사, KBS가 평양지국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대출 의원실이 입수한 KBS의 ‘2021년 1월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조정안’ 자료에 따르면 KBS는 지난달 말 이사회에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하면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KBS의 공적 책무를 수행할 중장기 계획안도 제출했습니다.

해당 중장기 계획안에는 평양지국 개설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KBS는 북한과 관련한 부정확한 보도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보다 정확한 보도를 위해 평양지국 개설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박대출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는 평양지국 개설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극적이고 상징적인 조치로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KBS는 방송법 상 KBS가 ‘통일방송 주관 방송사’임을 명시하는 것과 관련된 연구용역과 전문가 학술회의 등의 사업 예산안으로 28억 2000만 원, 약 252만 달러를 별도로 책정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관련 취재 역량 강화를 위한 차원에서 26억 6000만 원, 약 237만 달러의 예산도 책정했습니다. 이를 위한 실행 방안으로 북중 접경지역으로의 순회 특파원 파견, 탈북민 출신 기자 채용 등을 거론했습니다.

KBS의 중장기 계획안에는 2032년 하계 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를 위한 차원의 남북 청소년 스포츠 교류대회 계획도 담겨 있습니다. 남북 단일팀 구성의 기반 마련을 위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겁니다.

6.15 남북공동선언과 8.15 광복절을 기념하는 ‘평양 열린음악회’와 ‘평양 노래자랑’ 행사, 그리고 평양 조선중앙력사박물관이 소장한 유물들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사업 추진을 위해 28억 4000만 원, 약 254만 달러 규모의 예산안도 별도로 책정됐습니다.

이에 박대출 의원은 “현재 정권과 여당의 친북 성향에 맞춰 KBS가 수신료 조정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퍼주기’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있는 셈인데, KBS가 수신료를 올려 평양지국을 만든다면 한국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온갖 모욕과 비난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북한 바라기만큼은 멈추지 않는 문재인 정권과 KBS가 발을 맞췄다”며 “한국 국민들은 수신료를 올려 평양지국을 개설하겠다는 것에 대해 기가 막힐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의 또다른 야당인 국민의당도 KBS의 이 같은 계획을 비판했습니다. 신나리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북한에 건설한 시설들을 수차례 탈취당한 뼈아픈 교훈을 얻은 바 있다”며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KBS는 2일 입장문을 통해 남북 간 신뢰구축과 평화정착, 통일 지향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며 “KBS의 공적 책무 설정의 배경과 내용을 자의적으로 곡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KBS는 “이 같은 계획들의 채택 여부는 이사회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며 “수신료가 인상된다고 하더라도 남북관계 여건에 따라 관련 사안들의 실행 여부를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