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5년…입주기업 16곳 폐업 또는 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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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개성공단 폐쇄된 지 5년을 맞는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16곳이 폐업 또는 휴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경제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는 8일 개성공단 폐쇄 5주년을 앞두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개사를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성공단 전체 입주기업 124개 가운데 문을 닫거나 휴업 중인 기업은 각각 5개사, 11개사입니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기업 111개 가운데 현재까지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99개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111개 가운데 85개사, 77%는 개성공단 폐쇄 직전인 2015년에 비해 2020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힌 기업 85개사 가운데 평균 매출 규모가 50억에서 100억 원 사이, 즉 446만 달러 이상 892만 달러 미만 규모의 기업들의 경우 2020년 평균 매출액이 2015년 대비 38%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평균 매출액이 50억 원, 약 446만 달러 규모 미만의 소기업들의 경우 평균 매출액이 2015년에 비해 7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개성공단 재개 전망을 물은 문항에 대해서는 46%의 기업들이 ‘북핵 문제 협상과 함께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북핵 문제 협상이 어려워 장기적인 관망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41%였습니다.

‘개성공단 재개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과 ‘가까운 시일 내에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9%, 5%의 비율을 보였습니다.

개성공단이 재개될 경우 재입주할 의향을 묻는 문항에는 111개 기업들 중 53%가 ‘한국 정부와 북한의 개성공단 재개조건에 따라 상황을 판단한 후 입주하겠다’고 답했고 39%는 ‘즉시 재입주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111개사 중 103개, 92%가 다시 입주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겁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016년 2월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 명목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대량살상무기(WMD)에 전용하고 있다고 보고 개성공단을 전면 폐쇄한 바 있습니다.

이종필 한국 중소기업중앙회 국제통상부 과장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재입주를 희망하는 이유에 대해 “북한 근로자의 경우 다른 개발도상국 출신의 근로자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종필 한국 중소기업중앙회 국제통상부 과장: (입주 기업들이) 2015년까지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다가 갑작스레 문을 닫게 됐습니다. 북한의 노동력의 경우 우선 의사소통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개발도상국과 비교했을 때 생산효율이 높았다고 말씀들을 하십니다.

개성공단 재입주와 관련해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기업은 6%, ‘재입주 의향이 없다’고 밝힌 기업은 2개사, 2%에 불과했습니다.

재입주 의향이 없다고 밝힌 기업들은 그 이유로 ‘정치, 군사적 상황에 따라 경영이 불안정하다’, ‘대체 생산시설 마련으로 추가 투자가 곤란하다’ 등을 꼽았습니다.

개성공단 재입주 시 업종 변경 의향을 묻는 문항에는 개성공단 재입주 의사를 밝힌 103개 기업들 가운데 67%가 ‘기존업종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32%의 기업들은 ‘기존업종에 신규추진 업종을 추가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업종을 전환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1%로 조사됐습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기업 유지에 따른 애로사항에 대해선 111개 기업 가운데 39%가 ‘부채 누적에 따른 추가 자금조달 곤란’이라고 답했습니다. ‘판로와 거래처 발굴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답한 기업들은 29%, ‘주요 경쟁국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답한 기업들은 20%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정부의 지원제도 등과 관련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답한 기업들은 9%로 조사됐습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기업 유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벌인 노력에 대해서는 111개 업체 가운데 79%가 민간 내수 판매처를 확대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수출 또는 해외시장 현지 진출’, ‘방역용품 제조 등 신규 사업으로 진출’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37%, 26%로 조사됐습니다. ‘한국 정부의 조달 시장에 참여했다’는 응답은 15%로 나타났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위해 조속히 이뤄져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111개 기업 가운데 46%가 방북 추진을 꼽았습니다. 개성공단 현지에 있는 설비 점검과 현황 파악이 시급하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앞서 지난 2019년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한 바 있지만 북한 당국이 이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 이들의 방북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창섭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따른 정부 지원이 진행됐다고 하지만 영업 손실 등에 대한 피해보상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폐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해외로 떠나거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입주기업의 재개지원을 위한 추가 지원과 보상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