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직 고위당국자들 “미북회담서 비핵화 시한표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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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북 양 정상이 2차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를 이룰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직 고위당국자들은 미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적어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한표에 합의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미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다만 양측의 공동선언문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조치 등이 명시되지 않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전직 고위당국자들은 이번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한표를 확정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2차 미북회담이 1차 미북회담보다 진전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구체적인 로드맵, 이행방안이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한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했던 김숙 전 주유엔대사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미북이 합의문에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조속한 시일 내에 완성하기로 합의했다’는 정도만 명시돼도 일부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여기에 북한의 포괄적인 핵무기, 핵시설 등에 대한 신고 시한까지 명시되면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북이 북한의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 시점을 합의해야 1차 정상회담보다 진전된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 :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대로 미북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 대해 합의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이 비핵화의 20% 지점이 될지, 30% 지점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지만 그 지점까지의 시간표를 확정해야 합니다.

한국의 전직 고위당국자들은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등가성의 원칙’에 따라 북한에 상응조치를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 즉 ‘영변+a’는 대북제재 완화와 맞바꿀 수준의 협상 조건은 아니라는 겁니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로 대북제재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이른바 ‘영변+a’로 대북제재 완화라는 상응조치를 내어주면 북한 비핵화 협상은 사실상 핵동결 상태에서 더 이상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영변 핵시설 폐기에 합의한다면 이를 과대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결과에만 함몰되면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핵물질에 대해서는 묵인한다는 잘못된 신호가 북한에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김숙 전 대사는 “미북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합의한다면 진전된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이는 만족할 수 있는 성과는 아니다”라며 “과장된 평가가 이뤄지면 북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에 장애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변 외의 지역에도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이 여전히 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 폐기 합의 외에도 북한 전역의 핵시실 폐기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성한 전 차관은 “북한이 자신이 원하는 시설만 폐기하는 이른바 ‘셀프 비핵화’는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며 “영변 핵시설의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제대로 된 우라늄농축 시설은 영변 외의 지역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합의 외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에 합의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 :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비핵화 카드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얘기했던 영변 핵시설 폐기 수준에서만 합의되고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추후 협상을 하자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형석 전 차관은 북한의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해 미국이 다양한 상응조치를 먼저 제안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현재 제3자에게 대금을 예치하는 ‘에스크로 계좌’를 활용한 남북경협,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구상 등이 거론되는데 이같은 방법도 미국의 상응조치로 제안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아래는 각 전문가들의 요지

김숙 전 주유엔 한국대사

이번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완전한 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조속한 시일 내에 완성하기로 합의하면 바람직한 결과일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북한이 포괄적인 핵신고를 언제까지 완료하겠다고 약속하면 현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성과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함몰되면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영변 핵시설 폐기 자체를 엄청난 성공으로 포장하면 이는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묵인한다는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상응조치는 등가성의 원칙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미국은 상응조치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제 완화가 아닌 인도주의 사업을 중심으로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직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북한에 한미일 동맹이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우려되는 바는 미북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인 후속조치 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북핵 6자회담 당시에도 비핵화에 대한 검증을 두고 북한과 소모적인 협상을 이어간 바 있다. 북한에 과학적인 검증방법으로 핵시설 현장 방문, 시료채취, 핵시설의 과학자 심층 인터뷰, 핵 관련 서류 열람 등을 시도했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사실상 북한을 완전한 비핵화로 견인할 장치가 그동안 없었던 셈이다. 비핵화의 매단계마다 북한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북한을 단단하게 조일 방안이 필요하다.

김성한 전 한국 외교부 차관

북한은 여전히 핵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선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개발 중단, 즉 동결이 급선무다. 이와 더불어 어떤 절차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것인가, 즉 로드맵을 이끌어내야 한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 즉 ‘영변+a’와 제재완화를 바꾸는 것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는 꼴이다. 미북 간의 이번 공동선언문에는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한이 핵능력을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야 한다. 북한 자신이 원하는 시설만 폐기하는 이른바 ‘셀프 비핵화’는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 영변 핵시설의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노후화된 5MW 원자로의 폐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과거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도 견본시설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우라늄 농축시설은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특히 영변 핵시설 폐기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북한을 비핵화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는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이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고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

미북은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지점까지 가도록 하는 합의를 이뤄야 한다.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방향이 설정됐다면 이번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비핵화 과정과 시간표도 제시돼야 한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영변 핵시설에 대한 비핵화 회담, 즉 제한적인 비핵화 회담으로 이끌어가려고 할 것이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고 영변 외의 지역에 있는 핵시설들의 비핵화에 대한 방향성만 합의하면 성공적일 것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는 다른 지역 핵시설을 비핵화하는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1960년대부터 핵 관련 활동이 있었던 곳이기 때문에 북한의 핵능력을 확실히 검증할 수 있는 시설이기도 하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미국이 다양한 상응조치를 북한에 제안할 필요도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에스크로 계좌를 통한 남북경협,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등을 제안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