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대상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한국에 파견하는 의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미 갈등과 남남 갈등 목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현장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파견을 통해 대북제재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공조 체제를 와해시키려 한다고 지적합니다. 제재 국면의 전환이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겁니다.
그동안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북제재의 틀을 교묘하게 흔들어왔습니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 대상인 김여정 당 부부장과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시적 제재 예외 대상으로 인정된 바 있습니다. 예술단을 태우고 방한한 북한 만경봉호와 북한 갈마 비행장에 착륙한 바 있는 한국 항공기도 제재 예외 대상으로 인정 받았습니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인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방한까지 결정되자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제재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지난해말부터 대책을 마련해 놓은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의 국면 전환은 신년사부터 시작됐습니다. (정확하게는) 신년사 2~3개월 전부터 국면 전환을 염두에 두고 대남전략과 정책을 수립했을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제재를 무력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고 봅니다.
박영호 강원대 교수도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틀에서 예외로 인정받는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이같은 사례가 이어진다면 대북제재가 사실상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천안함 폭침을 비롯한 각종 대남 도발의 배후로 지목받아 온 인물입니다. 이 점 때문에 김 부위원장의 방한이 남남 갈등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실제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장병들의 유족들은 23일 김 부위원장의 방한에 대해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김 부위원장은 사이버 테러를 비롯한 대미 도발을 지휘한 인물로도 거론됩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김 부위원장의 방한이 한국과 미국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북한이) 한미 관계의 분열, 남남 갈등을 노린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부터 대미 사이버 테러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입니다. 이런 인물을 보내는 것은 대화의 의미보다는 (한미 관계를) 분열시키겠다는 의도가 강한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이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한을 계기로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사입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김 부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촉구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오경섭 연구위원은 "제재 국면을 전환시키는데 남북 정상회담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면서 "미국과의 관계는 논외로 하고 남북 관계는 계속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전할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부위원장 방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대승적인 차원의 이해를 요청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김영철은 한국 국민과의 외환, 금융거래가 금지돼 있고 한국 내 자산이 있다면 동결대상이지만 한국 방문에 대한 제한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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