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를 언급하며 '조기 미북대화'의 의지를 표명한 주요 원인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꼽고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여부인데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북대화 국면에서 북한이 과연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가졌는지에 대해 주목합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이 수용할 것인지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문을 품는 전문가들은 과거 북한이 비핵화 관련 합의를 모두 어겼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은 미북 '제네바 합의', 6자 회담을 통해 나온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 등 비핵화 관련 합의를 어긴 바 있습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미북대화가 열리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은 중단할 수 있지만 핵 보유는 인정 받아야겠다는 논리로 미국과 협상할 겁니다. 북한은 핵 동결이 아니라 핵을 폐기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놔야 합니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10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은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핵 무력 완성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만큼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북한 매체들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북한은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시해 놨습니다. 내부적으로도 핵은 '정의의 보검'이라고 선전해 놓은 상황입니다. '핵 포기' 쪽으로 급선회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이 때문에 미북대화는 '북핵 비핵화' 협상이 아닌 미북 간 '군축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북이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강인덕 전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협상할 수 있지만 이는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비핵화 관련 사안을 세분화해 협상하는 '살라미 전술'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북한이 사상 유례없는 고강도 대북제재를 겪고 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기대해 볼 만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천명한 이후 미북대화 의지를 표명하기까지 급격한 국면 전환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번에는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체제 보장을 위해 핵을 선택했는데 핵 때문에 체제가 위기에 빠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서둘러서 협상 국면으로 전환한 듯합니다.
이어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체제 보장과 관련해 미국과 흥정할 수 있을 정도의 핵 능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 상황이 붕괴 직전이기 때문에 이같은 다급함이 미북대화 의지 표명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현재의 국면을 북핵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겁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9일 민주평통자문회의 정책설명회에서 "북핵은 긴 협상과 단계적 협상이 필요하다"며 "긴 시간 동안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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