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상회담 관련 공식 입장 없어…“‘비핵화’ 의제 때문”

0:00 / 0:00

앵커: 북한 당국이 남북,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비핵화'이기 때문에 북한이 관련된 입장을 쉽게 내놓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대북특사단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통일부는 12일 "북한이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 북한도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름대로 입장 정리를 하는데 시간도 필요할 겁니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남북 간 일정 등 실무적인 협의가 필요합니다. 아마 이런 부분 때문에 북한이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비핵화'이기 때문에 북한이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한미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통해 핵 무력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대내적으로 '핵 포기는 없다'고 천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비핵화'를 의제로 하는 정상회담과 관련한 입장은 내놓을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병순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정상회담은) 비핵화가 핵심 의제입니다. 지금 북한이 이를 내부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의의 보검', '민족 자산'이라고 선전했는데 비핵화 회담을 한다는 말은 꺼낼 수 없을 겁니다. (정상회담을 보도하려면) 어떤 주제로 한다는 내용이 한 줄이라도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밝히기 힘듭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북한 당국이 비핵화 관련 보도를 내놓는다면 이 자체가 최고지도자의 흠결이 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미국에 이른바 '말폭탄'을 쏟아냈던 북한 매체가 미북 정상회담을 보도하며 논조를 급작스럽게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한 북한이 '핵 포기'로 급선회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는다고 해도 다룰 수 있는 내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병순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비핵화와 관련된 표현은 쓰지 않을 겁니다. '미북 국교 정상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평화협정 체결' 이런 표현으로 언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북한 매체의 대미 비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비난했고 지난 7일에는 "우리는 미국의 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