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 최고위급 접촉에 나섰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역시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북한과 접촉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번 북중 간 최고위급 접촉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것이 한국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북한으로서는 우선 미국 정부의 요직에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임명돼 심리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에 따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우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중국으로서도 한반도 내에서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북중 관계는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악화됐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는 지난해 11월 방북했다가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지 못한 채 돌아간 바 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이번 접촉을 통해 중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비롯한 적극적인 지지를 요구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됩니다.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입니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 북한은 중국이 경제제재 조치를 어느정도 풀어주길 바랐을 겁니다. 혹은 경제 원조를 요청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미북 협상 국면에서) '나는 급한 것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협상장에서 보다 유리한 카드를 내보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신 교수는 "북한이 한국 정부 특사단에 이미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이를 근거로 중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할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의 관계 복원이 미국과의 협상 전략을 짜는데 있어 무엇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이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논의를 벌였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최근 미국 정부 내에 대북 강경파 인사들이 부상해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회담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도 한반도 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다자회담을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미북 간 담판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에 트럼프 정부는 버거운 상대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6자회담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대화 분위기를 만들면 대북 위협이라든가 공격적인 분위기는 벗어날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선 시간을 벌기에 좋은 방법입니다.
정 소장은 "중국이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6자회담을 열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며 "중국은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주도권을 미국에 빼앗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영호 강원대 교수도 "중국의 장기 전략목표 중 하나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시키는 것"이라며 "중국은 앞으로도 북한을 영향권에 두고 자신들의 힘을 한반도에 투영시키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중 간 최고위급 접촉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방중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탑승하는 '1호 열차'가 움직였다는 점, 북중 국경의 보안 수준이 과거 김정일 위원장 방중 당시와 유사하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방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일도 2000년 남북 정상회담 개최 전인 5월에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며 "이번에 북한 특별열차가 중국에 도착했다는 점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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