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제 외교무대에서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전격적으로 만난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난, 미국의 강경한 비핵화 요구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은 지난 2012년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정상회담입니다.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국제 외교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두문불출하던 김 위원장이 왜 이 시점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 나섰는지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대북제재로 인해 경제난을 겪고 있다는 점, 미국이 강경한 대북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꼽습니다.
김 위원장이 외교무대에 나선 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의미하는 CVID를 위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을 중국을 이용해 타개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을 통해 조금이라도 경제난을 해소하면 미국과 '핵 보유국'이라는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미국의 대북제재, 유엔의 대북제재에 중국이 협조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북중 관계가 악화됐는데 (북중이 접촉한 이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가 복잡해졌습니다.
실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북중 양국의 이 같은 행보는 향후 북핵 협상 국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단 한국 정부는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표했습니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북중 정상회담이 향후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비핵화 공식 선언은 북한으로서는 돌이키기 어려운 선택"이라며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이 같은 입장을 공식화했다면 한국과 미국, 일본이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제기됩니다. 중국이 '북핵 중재 역할론'을 들고 나온다면 북핵 CVID로 가는 길이 더 복잡해진다는 겁니다. 현재 예정돼 있는 남북, 미북 정상회담 과정에 다자회담 일정이 끼어든다면 북한에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6자회담이 재개돼서 대화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북한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국이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자회담은 중국이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하면서도 일정한 대북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 언급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합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은 CVID를 리비아식 핵폐기로 보는 것 같다"며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는 비핵화 이후 축출됐기 때문에 북한은 CVID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도 "'단계'라는 것은 수십, 수백 개로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며 "결국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여러 단계를 만들어 놓고 그 중간 과정에서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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