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문가들 ‘북 비핵화 진정성’ 두고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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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 미북 대화를 앞두고 북한이 밝힌 '핵실험장 폐기' 등의 선제적 조치에 대한 한국 내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주장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맞서고 있는데요.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최근 북한이 발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 결과에 대해 "북한의 핵동결 조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결정"이라며 "남북,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청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1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했다는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했습니다.

핵실험·미사일 발사 유예, 핵실험장 폐기 선언의 이유에 대해서는 "핵무기 병기화가 완료됐고 세계적인 핵군축의 과정에서 이 같은 조치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표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한 점에 주목합니다.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라는 겁니다. 특히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결정문 어디에도 비핵화와 관련된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김숙 전 주유엔대사: (북한 전원회의 결정문) 그 어느 곳에도 '비핵화'나 '핵폐기'와 관련된 언급은 없습니다. 결정문 전체 맥락을 보면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천연덕스럽게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오직 행동으로서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이런 움직임이 있기 전까지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불신을 거두기는 힘들 겁니다.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도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수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책의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병진노선의 과제 가운데 하나인 '핵무력 완성'을 달성했으니 앞으로는 남은 과제인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북부 핵실험장 폐기' 선언도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 같은 선언은 핵실험장의 '용도 폐기' 수준의 의미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핵실험을 이미 6차례나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핵실험은 필요 없다는 게 북한의 입장입니다. 오히려 핵무기가 완성됐으니 핵은 포기 안 한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핵실험장 폐기 선언은) 과거 북한이 냉각탑을 폭파했던 사례와 같다고 보면 됩니다.

앞서 북한은 2007년 북핵 6자회담에서 도출된 '10.3 합의'에 따른 후속조치로 지난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한 바 있습니다.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를 합의한 '10.3 합의'의 후속조치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 다음해인 2009년 2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당시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였던 김숙 전 주유엔대사는 "당시 북한은 구룡강에서 물을 끌어오는 방법으로 영변 핵시설을 냉각시켰다"며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한다고 해도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이번 북한의 당 전원회의 결과는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의미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대체하는 '경제 발전' 중심의 새로운 정책을 내놨다는 분석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두고 이 같은 발표를 한 것은 정책 전환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력 건설'을 포기하고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새로운 노선을 제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핀란드 헬싱키에서 북한 당국자와의 '반관반민' 대화에 참여했던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병진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된 것처럼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북한 측 발표를 보면 '경제·핵 병진 노선'의 변화가 엿보인다"며 "비핵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경제에 집중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기 때문에 비핵화와 관련한 해석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