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은 가운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내달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27일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아 미북, 남북관계가 여전히 경색돼 있지만 한반도 정세가 군사적 충돌 없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미 바이든 행정부와 견고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의 길을 찾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내달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방안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긴밀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한미 정상회담이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다지는 한편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한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와 견고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길을 찾고자 합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남북 정상 간 합의인 판문점 선언에 대해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며 판문점 선언을 토대로 항구적 평화를 이룩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오랜 숙고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도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해 북한에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시기와 장소, 형식, 의제에 제약 없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아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추진할 것이란 입장도 밝혔습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필요하다면 남북관계 진전의 의지를 확실히 표명해야 하며 국회의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는 그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적당한 시기에 국회 동의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걸 다시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판문점 선언과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판문점 선언의 결과물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한 당국에 의해 폭파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연출된 쇼, 즉 보여주기식 행사에 불과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현실에 맞는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내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한변과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 올인모도 이날 국회 앞에서 108차 화요집회를 열고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주문했습니다.
판문점 선언 이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서해 피격 사건 등이 벌어진 것은 실패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한 겁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김정은 총비서가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지만 판문점 선언 이후 3년이 지난 오늘 되돌아온 것은 한국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무력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고 한국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고 그 시신이 불태워지는 참담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동해를 통해) 한국으로 온 탈북 청년 2명의 경우 한국 국민으로 보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참담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법은 사문화돼 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고 북한인권대사도 임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방관해선 안됩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판문점 선언 3주년을 기념하는 정부 차원의 행사를 개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대면행사 개최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경색된 남북관계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 매체들도 이날 판문점 선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남북 모두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정부차원의 행사나 대대적인 관련 보도를 내놨던 지난 2019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당시 양 정상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각계각층의 협력 및 교류 활성화, 국제경기 공동 진출, 이산가족문제 해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2018년 내 종전선언 등에 합의했지만 현재로선 상당부분의 합의 이행이 멈춰선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