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위조절한 대미압박…미 셈법 변화 재차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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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언급한 것에 대해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위를 조절한 대미 메시지로 미국의 셈법 변화를 재차 요구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 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이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그 의도가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25일 북한이 지난해 말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밝힌 ‘핵전쟁 억제력’과 관련된 입장을 이번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통해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조혜실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 : 이번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는 직전 3차 확대회의 이후 약 5개월 만에 개최됐습니다. '핵전쟁 억제력'이라는 표현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언급한 바 있으며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이를 재확인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북한이 이번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통해 수위를 조절한 대미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 등에 대응하는 데 급급한 북한이 현재로서는 고강도 도발은 자제하며 ‘핵전쟁 억제력’이라는 표현을 통해 대미 압박을 시도했다는 겁니다. 즉, 지난해 말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발신했다는 겁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공식적으로 핵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어떤 실행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며 “북한은 이 같은 대미 압박을 진행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 준비도 병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고강도 도발은 자제하며 핵능력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를 통해 미국의 비핵화 셈법 변경을 촉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핵전쟁 억제력 강화’, ‘전략무력의 고도 격동 상태 운영’ 등을 언급한 의도는 향후 핵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에 경고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이 당분간 수직적 핵고도화, 즉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같은 고강도 도발은 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수평적 핵고도화, 즉 핵물질을 늘리거나 핵실험장을 복구하거나, 영변에서 이상 징후를 보이는 등 이른바 금지선을 넘지않는 행위를 통해 핵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경고를 미국에 보냈다고 봅니다.

반면 북한이 이번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통해 내놓은 메시지는 특별히 미국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당장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자신들의 핵전력 강화 일정에 따라 ‘핵전쟁 억제력’을 언급했다는 겁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미북관계가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새로운 입장을 제기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대미 압박 의도는 기본적으로 깔려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이 어렵다고 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대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그 일환으로 북한이 '핵전쟁 억제력' 등을 언급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어 조 자문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 기조는 북한의 전략 도발을 막는 수준에서의 상황 관리”라며 “북한으로서도 현재 미국을 불러들여 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는 단기적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리병철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한 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리병철의 경우 전략무기 개발에 일익을 담당했던 인사였기 때문입니다.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그동안 공석이던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리에 군수 담당자가 올랐다는 것은 국가 방위력과 핵 억제력 강화와 연관된 인사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정천 총참모장이 차수로 진급한 것도 미사일, 포병 등의 전력을 중시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입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박정천 총참모장의 진급은 앞으로도 포병 전력과 전략무기 등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