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워킹그룹 종료 합의…“국장급 협의 강화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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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외교부가 한미워킹그룹 회의, 즉 한미 실무단 회의를 종료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한미 간 국장급 협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8년 11월 미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열린 한미워킹그룹 회의, 즉 실무단 회의가 출범한 지 약 2년 반 만에 종료됩니다. 한미워킹그룹은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이행,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협력 등과 관련해 한미의 조율 강화 차원에서 출범한 바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제반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는 현재의 워킹그룹을 종료하고 한미 외교당국 간 협의를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한미워킹그룹 회의의 대안으로 한미 간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에 더해 국장급 협의체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과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한국 외교부의 입장입니다.

최종건 한국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미워킹그룹의 대안으로 가칭 ‘한미 국장급정책대화’를 언급했습니다. 최 차관은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평화외교기획단장,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의 인사와 미 국무부의 대북정책특별부대표 급의 인사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될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최 차관은 “워킹그룹이 사라졌다고 해서 (관련 조율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워킹그룹은 곧 대북제재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보다) 의제를 넓혀 포괄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1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간의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이뤄졌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종료하는 이유와 관련해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물이 됐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습니다.

최영삼 한국 외교부 대변인:그 동안 워킹그룹이 한미 간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 조율 및 협의 기제로서 기능하기도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남북관계 개선의 장애물 등 일부 비판을 받았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미국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호응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미에 있어서 현재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남북대화 진전에 대한 지지 입장도 표명했습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우리는 의미 있는 남북대화와 협력, 포용력을 지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몇 가지 구상에 대해 여러분과 긴밀히 접촉하길 기대합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미가 능동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북한이 최근 과거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대화 재개를 위한 나름 좋은 조건이 조성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이 장관과의 면담 이후 최영준 통일부 차관과 고위급 양자 협의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폭넓은 협의가 진행됐습니다. 미 국무부와 한국 통일부가 이처럼 공식적인 양자 협의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협의는 성 김 대표가 임명된 이후 처음 방문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소통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이런 협의의 공식화, 정례화 여부는 더 협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같은 국무부, 통일부 간의 고위급 양자 협의가 한미워킹그룹을 대체하기 위해 마련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성 김 대표는 이날 한국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서훈 국가안보실장과도 면담을 가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방식이 적절하다”며 미북 협상 진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에 성 김 대표는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이어 김 대표는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미북,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한편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모든 한국 측 인력이 철수한 이후에도 한국전력이 북한에 반년 간 898MWh의 전기를 공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한국 통일부는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상황으로 한국 측 인력이 철수한 이후에도 시설 유지 차원에서 전력을 공급해왔다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직후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국전력에 대한 관련 요금 정산을 지난해 11월에 했다”며 “개성에서 인력이 철수해 실제 사용량을 검침할 수 없어 작년 동기 기준의 요금으로 정산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