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중대사건’ 정치국회의, 책임전가 차원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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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내 전문가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노동당 전원회의 이후 10여 일 만에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한 것은 국가적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진 책임을 당 간부들에게 전가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를 엄중히 취급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난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됐던 당 전원회의 이후 10여 일 만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날 회의에서 책임간부들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을 발생시켰다며 북한 간부들의 무능과 무책임성을 지적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김 총비서가 언급한 ‘중대사건’은 방역과 관련된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북한이 중대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하지 않아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며 “어떤 인사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확인하기 어려워 후속조치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확대회의가 방역 대책과 관련해 발생한 중대사건으로 인해 개최됐다기보다는 현재 북한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차원에서 개최된 것으로 분석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보도의 주요 내용은 간부들의 책임소재, 무책임함에 대한 질타”라며 “방역 대책과 관련한 중대사건은 확대회의 개최를 위한 구실일 뿐, 이번 회의의 목적은 어려운 경제상황과 관련된 책임을 당 간부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향후 북한 간부들에 대한 일정 부분의 숙청이 이뤄질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미 김정은 총비서가 앞선 당대회에서 당과 간부들의 역할을 주문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이젠 간부들이 책임을 질 차례라는 건데요. 김정은 총비서는 수척해지면서까지 노력하고 있는데 간부들은 지금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상황을 설정하는 겁니다. 경우에 따라선 대규모 숙청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당 전원회의를 통해 지시한 ‘특별명령’의 집행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면서 확대회의가 소집됐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국가적 사업에 대한 북한 간부들의 사업태도를 지적하기 위해 확대회의가 전원회의 직후 10여일 만에 열렸다는 겁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올해 초 당대회와 8기 2차 전원회의, 3차 전원회의, 그리고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까지 개최된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내세운 과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확대회의에는 조사 및 감찰 역할을 수행하는 간부들이 연단에 올라 토론을 한 점도 주목됩니다. 이날 연단에 올라 토론한 인사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재룡 당 조직지도부장, 리영길 사회안전상, 김형식 당 법무부장, 정경택 국가보위상,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원래 확대회의는 토론자를 내세우는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회의는 이례적”이라며 “이번 회의는 지난 2013년 장성택 당 행정부장 숙청을 위해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정 인사를 겨냥한 성토대회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내 일각에선 이번 확대회의를 통해 리병철 당 부위원장에 대한 문책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회의 사진에서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포착됐습니다.

또한 북한 경제정책의 책임자인 김덕훈 내각 총리에 대한 문책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지난 1월 8차 당대회 개최 20여 일만에 열린 8기 2차 전원회의에서도 김두일 당 경제부장이 임명 1달 만에 경질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확대회의를 통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위원 및 후보위원들을 소환, 보선하고 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소환 및 선거했습니다. 국가기관 간부들의 인사이동 조치도 이뤄졌습니다. 구체적인 인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 폭의 인사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회의는 어려운 경제 환경의 책임을 당간부에게 전가하는 희생양 찾기 작업의 일환”이라며 “방역과 관련한 중대사건은 핑계일 뿐, 현재 김정은 총비서에겐 당 간부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선전선동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실제 북한의 방역 체계에 큰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중대사건을 언급한 것을 봤을 때 북중 국경지역인 신의주, 혜산 등지의 방역 전선에 큰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