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존폐 논란 지속…“북한인권 업무 이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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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내에서 통일부 존폐와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 통일부의 북한 인권 증진 업무 등 특정업무를 다른 부처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이준석 대표로부터 시작된 한국 통일부 존폐와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들은 통일부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함으로써 이 같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한국 통일부 폐지보다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인권과 관련된 업무 등은 통일부에서 타 부처로 이관해야 한다는 겁니다.

태영호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 자료를 통해 “통일부에는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북한과의 대화 및 협력, 교류를 추진해야 하는 부서와 북한 정권이 제일 싫어하는 인권 문제를 다루는 부서가 비합리적으로 병존해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일부 조직도에 따르면 인도협력국 산하에는 북한과의 교류 및 협력을 추진하는 인도협력기획과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추진하는 북한인권과가 함께 있습니다. 인도협력 등을 위해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통일부가 북한 당국의 치부인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태 의원의 주장입니다.

이어 태 의원은 국제무대를 통해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한국 외교부와 북한인권 유린 사건들을 법적인 틀 내에서 조사 및 기록할 수 있는 법무부가 통일부의 북한인권 관련 업무를 이관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태영호 의원은 “미국,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 선진국의 인권 관련 업무는 외교부에서 다루며 인도지원, 개발지원 업무의 경우 다른 부처에서 다룬다”며 “차기 정부는 북한과 평화유지를 위한 대화와 협력, 교류를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북한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새로운 정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인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청와대가 통일정책을 주도함으로써 통일부의 존재감이 희석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국인 6명의 북한 억류 사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및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등과 관련된 문제를 한국 통일부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습니다. 북한인권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습니다.

지 의원은 “총리실과 한국적십자사, 행정안전부, 법무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이 통일부 업무를 나눠 맡는 것이 낫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통일부 존폐 위기는 결국 통일부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한변과 올바른 북한인권을 위한 시민모임(올인모)은 13일 한국 국회 앞에서 화요집회를 열고 통일부를 규탄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날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선 인사들은 북한인권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통일부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북한인권 단체들의 소망은 인권 지옥에서 시달리는 2500만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입니다. 그런데 북한인권법상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도외시하고 북한인권 단체를 고사시키고 있습니다. 그런 통일부의 존재 의미는 없습니다.

이재원 물망초 인권연구소장도 이날 1인 시위에 참석해 “통일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과 관련이 없는 북한 퍼주기에만 관심이 있는 통일부는 없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이날 헌법과 법률에 부여된 통일부의 책무를 다시 한 번 상기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적대와 대결을 통한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한국의 헌법 정신을 구현하고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며 남북 간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앞당기기 위해 통일부는 존속돼야 하고 더 발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