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여정 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것은 향후 열릴 수 있는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이 10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습니다. 한국 내에선 판문점 선언 등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호전되면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자제해왔던 북한이 3년여 만에 본색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조선중앙통신 보도나 논평 형식으로 미국 장비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으나 당과 정부 차원 혹은 고위인사의 담화 등 공식 입장으로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펼친 바가 없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주목하며 북한이 몸값을 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비핵화의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이번에 이 같은 주장을 펼침에 따라 향후 열릴 수 있는 비핵화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향후 열릴 수 있는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보다 더 근본적인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은 사실상 앞으로 미국과 마주 앉으면 자신들의 요구사항은 한미연합훈련 그 이상, 즉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하면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일 것입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요구사항을 높이는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은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라는 속내를 다시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라는 목표를 꺾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에 대해 북한은 자체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라는 의미까지 포함시켜 이해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전술적으로 활용하면서 한미를 기만했다는 지적입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 :북한은 비핵화 관련 용어도 자신들 기준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은 주한미군의 전략자산, 장기적으론 주한미군 철수까지 포함시키는 겁니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훈련 완전 중단은 북한이 늘 추구하는 장기적 목표입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과 주한미군 등을 핵, 미사일 능력 고도화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등 수위를 조절한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앞서 지난 1월 북한은 8차 당대회를 통해 이미 국가방위력 강화를 천명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 순항미사일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자체적으로 추가적인 시험발사 수요도 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번 담화는 북한이 새로운 무기 시험을 실시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에 대한 시험이 어느정도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음 순서는 신형 잠수함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전략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점쳐집니다. 핵실험의 경우 이미 수차례 진행한 바 있어 추가 실험의 수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북중 국경 폐쇄,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북한에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를 감당할 여력도 없다는 관측입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이번 담화에는 한미동맹에 균열을 만들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를 이용해 현재 처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보려 한다는 겁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선 복원 조치는 문재인 정부를 희망 고문하기 위한 미끼이자 덫이었다”며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는 향후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한미 이간책 구사를 본격화하기 위한 구실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