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19로 내부통제 강화…백신 매력 못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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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백신, 즉 왁찐 지원을 거부한 것은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의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백신(왁찐) 지원에 대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힌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6일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서 신형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공동대응을 위한 북한과의 협력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현재 신형 코로나 상황을 내부통제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현재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형 코로나 백신 지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태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분석글을 통해 “국경 봉쇄 장기화로 북한 정권에 불리한 소식이 외부로 나갈 기회가 차단되면서 김정은 정권은 고난의 행군 이후 날로 취약해지던 국가의 강제적 행정통제력을 신형 코로나를 계기로 되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신형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를 통해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과 밀수를 상당히 차단한 성과를 거둔 점도 신형 코로나 백신의 도입을 거부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한 태 의원은 신형 코로나로 인한 위기 극복의 중심에 김정은 당 총비서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외부의 지원으로 현재의 신형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이른바 ‘구세주’로서의 김정은 총비서의 권위가 약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 내 신형 코로나 상황이 비교적 안정돼 있어 백신 수급 자체가 시급한 사안은 아닐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실제 북한은 올해 국제적으로 신형 코로나 확산세가 다시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8차 당대회 등 대규모 인원들이 참석하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해왔습니다. 특히 김정은 당 총비서는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올해 초 8차 당대회를 비롯해 지난 2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지난 6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등 주요 정치행사에 참석한 바 있고 지난 7월에는 제7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악수를 하는 등 타인과 신체적으로 접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 당국의 경우 지난달 평양 내 시설 22곳에 대한 외국인들의 방문을 추가 허용한다고 주 북한 러시아 대사관 등에 통지하기도 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의료시설은 붕괴돼 있기 때문에 이동 통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들짐승이나 중국에서 날아온 철새를 손으로 만지면 해당 지역 전체를 봉쇄하는 철저한 고립주의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대규모 대회를 치르는데 어느정도 자신감도 갖고 있는 것을 보입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중국산 신형 코로나 백신인 ‘시노백’의 효능에 의구심을 갖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 혹은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당국으로서의 위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 :현재 코로나 관련 변이 감염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북한으로선 백신을 들여와 접종하는 것 자체에 우려를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백신 접종 사고도 있지 않습니까. (완벽하게)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있어서 북한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국제사회가 북한에 지원해줄 수 있는 백신의 양은 한정적이고 국제사회의 분배 모니터링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북한으로선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현재 국제사회는 북한에 신형 코로나 백신 공동 구매, 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70만 4000회 분을 올해 공급할 예정이지만 이를 북한이 아직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1일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에 따르면 북한 보건성은 코백스가 북한에 배정한 시노백을 다른 국가에 배정해도 된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