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직 고위 관리들 “남북 9·19합의 1년에도 북 비핵화 진전없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평양공동선언(9.19선언) 1년 평가' 토론회에서 행사를 주최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앞줄 왼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평양공동선언(9.19선언) 1년 평가' 토론회에서 행사를 주최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앞줄 왼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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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직 고위 당국자들은 공동선언 이후 북한의 비핵화에 전혀 진전이 없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9·19 남북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한국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토론회에 참석한 김천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남북이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천식 전 차관은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이 있었지만 현재 남북 간의 불신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천식 전 한국 통일부 차관: 북한은 핵무장을 완성했고 점점 핵을 증강시켜서 역대 최악의 상태가 돼 있습니다. 어떻게 지금 평화가 증진됐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 전 차관은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동·서해선 철도 연결 사업이 착공식 이후 후속공사 없이 유명무실해졌고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 복구, 이산가족 간 서신왕래, 화상상봉 등도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가 이처럼 얼어붙은 배경으로 지난 2월 하노이회담 결렬을 꼽았습니다.

남북 대화 덕분에 북한이 핵개발로 인한 긴장 국면에서 벗어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까지 성사됐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에 만족감을 표시했지만 하노이회담 결렬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해 남북 대화를 끊다시피 했다는 겁니다.

김 전 차관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조치 없이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 등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자세로 협상에 임한 것이 잘못이라면서 그 분풀이를 한국에 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에 대북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구상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대북 포용정책은 과거 한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우위를 가진 상황에서 구상한 것으로, 북한이 핵 개발에 성공한 이상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김 전 차관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반도의 평화도 없다면서 한국 정부가 안보 태세를 더욱 강화하며 북한에 끊임없이 비핵화를 주문해야 하고 미국이 추구하는 북한 비핵화의 일괄타결, 이른바 ‘빅딜’(Big Deal)이 실현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원식 전 한국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이날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이 9·19 평양 공동선언 이후에도 미사일과 방사포 시험발사를 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신 전 차장은 그러면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평가도 내놓았습니다.

신 전 차장은 미사일이 목표를 얼마나 정확하게 타격하는지와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는지, 그리고 최단시간 내에 발사할 수 있는지 등을 ‘미사일의 3요소’로 제시하면서 북한의 미사일이 대부분의 요소를 높은 수준으로 만족시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액체 연료 미사일을 즉시 발사가 가능한 고체 연료 미사일로 개량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미사일 기술을 그대로 이식한 것으로 보이고 군사용 GPS, 즉 위성항법장치 기술도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전수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신 전 차장은 올해 북한이 집중적으로 시험 발사한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미사일이 날아오는 고도 20~50km 사이에서 기존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요격체계나 사드(THAAD),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는 막을 수 없는 이른바 ‘요격 공백’이 발생한다며 방사포의 경우 미사일에 대비한 기존 방어체계로는 방어가 더 어렵다고 경고했습니다.

신원식 전 한국 합동참모본부 차장: 이제 북한이 그런 도발을 못하도록 억제하거나, 억제 실패시 쏘기 전에 빠르게 표적을 확인해 지상에서 격파하는 것 외 공중에서 요격할 길은 없습니다.

신 전 차장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향과 관련해 기존의 비핵화 협상 노력과 함께 북한에 대한 핵무력 억제와 대응능력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한미일 3국이 군사적인 동맹을 공고히 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고 주문하면서 북한 미사일 기술의 급격한 발전 추세를 고려해 북한 핵에 대한 대응체제를 전면 보완하고 조기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