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열병식 이례적…코로나·제재에도 건재 과시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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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규군이 아닌 노농적위군 등의 열병식을 정주년이 아닌 시점에 개최한 것에 대해 코로나19, 대북제재 등에도 북한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권수립 73주년을 맞아 심야 열병식을 개최한 것을 이례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올해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은 5년 단위로 크게 기념하는 정주년도 아니었고 이미 올해 초 8차 당대회를 계기로 열병식이 진행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집권한 이후 개최된 열병식은 이번까지 총 11차례. 이 가운데 대규모 정치적 행사의 계기가 아니거나 정주년이 아닌 시점에 개최된 열병식은 이번 열병식과 지난 2014년 정전협정체결 61주년 계기 등 단 두 차례뿐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이번에 이례적인 시점에 정규군이 아닌 노농적위군 등의 열병식을 개최한 배경에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와 대북제재, 자연재해 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음에도 대외적으로 북한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겁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이례적으로) 열병식을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것은 우리 국가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 체제는 안전하다. 안정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이어 고 전 부원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이번 열병식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인원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감염병에도 북한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미국 등 국제사회에 발신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정규군이 빠진 열병식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비용절감 차원으로 분석했습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도 “올해 초 8차 당대회 열병식을 통해 보여준 정규군뿐만 아니라 전 사회가 총동원 태세로 미국에 맞서며 사회주의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내부적으로 다지고 대외에도 이를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신형 코로나, 대북제재,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번 열병식을 개최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첨단무기나 전략무기 등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등에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차원의 열병식은 아니었다는 분석입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정규군이 아닌 열병식을 한 것은 내부결속에 초점을 둔게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이 제재와 신형 코로나 등 때문에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고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식량 문제도 심화되고 있고요. 주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첨단무기나 전략무기를 추가적으로 선보일만한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해 이번에 수위를 조절한 열병식을 진행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한 바 있고 올해 초 당대회 열병식에서는 당 창건 기념 열병식 당시보다 개량된 SLBM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북한의 실질적인 목표인 고도화된 핵 미사일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열병식 때 보여줬지만 시험발사를 못하고 있습니다. 정세 여건, 대남 및 대미 논조를 볼 때 충분히 시험발사할 수 있는 시기임에도 북한이 발사하지 않는 것은 기술 고도화 마지막 단계에서 진전을 못시키고 계속 멤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어 곽 대표는 “한미 정부는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 승계 10주년을 맞이하는 연말과 내년 4월까지의 시점에서 북한이 전략무기를 시험하는 등 대남, 대미 압박을 강화할 것을 가정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