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제안한 가운데 한국 내에서는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종전선언이 실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는 23일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대해 “(미북) 교착국면을 뚫기 위해, 멈춰서 있는 비핵화의 시계를 움직이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 질서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시작은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종전선언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진행된 미북, 남북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꾸준히 논의돼왔지만 합의 도출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미북 간 비핵화 대화가 교착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함에 따라 미북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됩니다.
한국 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이 실현되려면 북한이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먼저 취해야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 미국 내에서 종전선언은 평화체제와 관련된 실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수용되지 않은 것 아닙니까. 종전선언이 실제로 벌어지려면 북한이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가능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에 비핵화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국에는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하는 비핵화 회담을 수용할 것을, 북한에는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북 모두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자체를 검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종전선언을 계기로 진행될 수 있는 정치적 행사들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도 미국 대선에 따라 어떤 정부가 구성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망의 입장을 취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특히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지난 7월 내놓은 담화를 통해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의제를 ‘적대시철회 대 미북협상 재개’라는 틀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당분간 미북관계의 진전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50여일 남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종전선언과 관련해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 : 제가 보기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입장에서 종전선언은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 상황적인 부분이 어려운 것이죠.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은 미국 대선 이후 대북정책을 새롭게 구상할 트럼프 2기 행정부나 신정부에 대한 메시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에 북한이 참여할지 여부도 주목됩니다.
김형석 전 차관은 북한이 이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미 북한의 경우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청정국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고 최근 한국을 대적관계로 설정했기 때문에 이 같은 기조를 급작스럽게 변경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입니다.
반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과 몽골 등이 참여하는 다자협력의 형식이기 때문에 북한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내부적으로는 방역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남북의 양자틀보다는 중국이 함께하는 다자틀이 북한으로서는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 중국, 일본, 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구상을 제안하며 “여러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