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 25일 북한의 군사활동에 대한 이중기준을 허용할 수 없다는 김여정 당 부부장의 주장을 한미가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시험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5일 담화를 통해 자위권적 차원의 군사활동에 대해 ‘이중기준’을 적용하지 말라며 종전선언,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김여정 당 부부장. 김 부부장의 이 같은 담화가 나온 지 사흘만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한미가 김여정 부부장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국면전환의 계기로 삼을지 가늠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 부부장의 담화 사흘만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에서 조급함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자연재해 등 이른바 3중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상황 개선 차원의 국면전환을 위해 미국의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도발을 벌였다는 겁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의 경우 오는 12월과 2022년 각각 군 최고사령관과 당 제1비서 등 국가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지 10년을 맞기 때문에 이에 걸맞는 성과를 내놔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18년 미북 정상회담을 대내에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는 북한이 그 이후 이와 관련된 후속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 : 3중고는 기본일겁니다. 현재 김정은 총비서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인민생활, 자력갱생을 강조하는데 잘 안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건설이 시작된 평양종합병원의 개원은 녹록지 않고 삼지연이라든가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의 경우도 쉽지 않습니다. 올해는 평양에 5만 세대 살림집을 건설한다고 했는데 이도 좀 어렵습니다.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없으니까 급한거죠.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잇따른 담화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배경에 김정은 총비서 집권 10년과 8차 당대회에서 천명한 경제발전의 성과 도출 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3중고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한국과 미국을 함께 엮어서 국면전환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 발사와 최근 잇따라 나온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연결해 분석합니다.
결국 ‘이중기준’ 불용,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강조하며 종전선언 및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국 정부를 압박해 미국의 대북정책을 전환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겁니다.
다만 미북이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미북관계가 진전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27일 유엔총회에서 ‘화답’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한미합동군사연습과 전략무기 투입의 영구 중단의 경우 미국이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의 입장 변화를 위해 이번 미사일 발사보다 수위를 높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훈련과 전략무기 투입 중단을 하면 화답하겠다고 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 종전선언을 하고 싶으면 미국을 움직이라고 압박한 겁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식으로 가면 북한은 도발 수위를 높일 것이고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도 과연 바이든 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움직임을 보일지 회의적입니다.
반면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언급한 조건은 수용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는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사안이고 한미연합훈련의 경우 내년 봄까지는 진행될 계획이 없기 때문에 북한이 그 기간을 활용한 대화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한 것이란 평가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의 발언은 큰 흐름에서 봤을 때 협상을 원한다는 순화된 표현으로 평가한다”며 “이번 저강도 무력시위의 경우 ‘이중기준’에 대한 한미의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대화의 흐름을 깨는 행위로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