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방사능 피폭이 의심되는 탈북자 9명 가운데 8명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출신이라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방사선 피폭, 방사능 오염 검사 등을 받은 탈북자 40명 가운데 9명이 방사선 피폭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10일 공개됐습니다.
이들 9명 가운데 8명은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의 길주군과 명천군 출신으로 나타났습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공개한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 9명의 탈북자들은 ‘안정형 염색체이상분석검사’를 통해 이상 염색체 수가 7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9명의 탈북자가 과거 어느 시점에 방사선에 의해 피폭됐거나 방사능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측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이 같은 이상 염색체의 발생은 방사선 피폭뿐만 아니라 탈북자의 연령, 의료기기에 의한 피폭 이력, 흡연 여부, 유해 화학물질 노출 여부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안정형 염색체이상분석검사’는 누적된 방사선 피폭 선량을 평가하는 것에는 유용하지만 피폭 시점은 추정할 수 없다”며 “체내 방사능 오염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는 특성이 있어 북핵 실험으로 체내가 오염됐더라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탈북자 9명의 이상 염색체 발생 원인을 북한의 핵실험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8명은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 거주한 바 있어 주목됩니다.
정병국 의원실이 공개한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방사선 피폭이 의심되는 탈북자 9명 가운데 8명은 모두 북한의 1, 2차 핵실험 당시 풍계리 혹은 길주군에 거주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들의 방사능 피폭 원인이 북한의 핵실험일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분석합니다. 직업상 방사능 피폭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 피폭 흔적이 있다면 핵실험을 가장 큰 원인으로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 피폭이 의심되는 탈북자 9명의 직업은 모두 방사능 피폭과 관련이 없었습니다. 이들의 직업은 농장원, 사무원, 학생, 농민, TV 중개공 등이었습니다.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 피폭과 관련이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피폭 흔적이 남아있다면 그 원인으로 핵실험을 가장 의심해 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입증하려면 좀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현장 방사능 농도 등도 검사해야 합니다.
김 교수는 이어서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피폭을 받을 만한 상황이 많은 것도 아닌 것으로 안다”며 “한국에서는 비파괴검사 관련 직업군이 피폭을 많이 받는데 북한에도 그런 직업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비파괴검사는 방사선, 초음파 등을 이용해 기계, 장치 등에 손상을 주지 않고 결함 유무를 검사하는 방법입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측은 이날 한국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방사능 피폭 전수 조사를 제안했습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북한에 (방사능) 오염이 전반적으로 퍼져있지는 않을지 그 가능성에 대해 주목해야 합니다. 탈북자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점을 제안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핵실험장 인근 출신의 탈북자들은 100%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지난 2일 “일부 탈북자로부터 방사선 피폭 수치가 다소 도출됐으나 과거 어떤 요인으로부터 이 같은 결과가 기인했는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받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통일부는 “이들에 대한 건강검진 결과 중에서 방사선 피폭과 인과관계를 갖는 특별한 건강상의 질환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