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북 대사대리 잠적이 남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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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지난해 11월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잠적 이유와 행방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앞으로 한국, 미국 정상과 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3일 조 대사대리 부부가 지난해 11월 초 공관을 이탈해 잠적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의 여당 간사인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조 대사대리는 11월 말 임기 만료를 얼마 두지 않은 시점에 잠적했으며 이탈리아 당국에 신변보호를 신청하고 이탈리아에 머무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날 이탈리아 외무부는 언론 매체에 조 대사대리의 잠적 소식과 관련해 현지 당국에 망명을 요청한 사실이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습니다.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연락이 닿은 이탈리아 외무부 관계자는 조 대사대리 관련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탈리아 외무부 관계자 : 그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인해줄 수 없습니다.

다만, 조 대사대리 잠적 소식을 처음으로 보도한 한국의 중앙일보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공관을 이탈해 모처에서 지내던 조 대사대리 일행이 북한 당국이 그의 신변을 확보해 강제송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12월 초 이탈리아 정부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DC 민간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선임 연구원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한국 망명을 언급하며 북한 체제를 견디지 못해 망명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해외 주재 북한 대사관 내부에 자체 감시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탈 기회가 더 많다는 겁니다.

부시 연구원 : 북한 외교관들은 북한 주민들보다 이탈이 더 쉽습니다. 이들이 다시 평양으로 재발령받았을 때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으면 해외에 나와있는 기회를 이용해 이탈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이번 북한 대사의 잠적이 한창 진행 중인 남북, 미북 대화와 김정은 정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왔습니다.

부시 연구원은 미국보다 한국 문재인 정부가 조 대사대리 망명에 대한 움직임에 더욱 촉각을 세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올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더불어 남북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정권에 민감한 대사 망명 사안은 남북관계 진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BBC와 미국 CBS, 폭스뉴스 등은 3일 일제히 남북미 간 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당과 정권에 대한 충성을 우선으로 하는 북한 정권에 해외 주재 외교관의 잠적설은 김 위원장에게 매우 당혹스러운 일(embarrassment)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리언 시걸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국장은 그러나 이러한 사안을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북한 정권의 특성상 남북, 미북관계 등 외부적으로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걸 국장 : 북한 정권은 언제나 이런 일을 내부적으로 처리해왔습니다. 남북, 미북 관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북한에 있는 조 대사대리 관련자들에게는 상당한 악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3일 조 대사대리 잠적사건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신변 안전이나 재산 보호,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사건과 쟁점에 대한 언론과의 소통을 제한하는 내부 지침에 따라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