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의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이번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시설 폐기 대신 이에 대한 협상을 위한 로드맵, 즉 지침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정인 특보는 이번 회담에서 지난 1차 정상회담에서 나온 싱가포르 선언을 구체화하기 위한 세부 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정인 특보는 26일 미국 워싱턴 DC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열린 대담회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북 간 접근 방식이 다른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 핵시설 폐기에 대한 직접적인 합의를 이루는 대신 이를 협상하기 위한 지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문 특보는 미국이 북한 측에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상응조치를 해주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절대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역시 북한이 상응조치의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에서 핵무기 원료 생산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라는 비핵화의 목표와 맞지 않는 이러한 북측의 조치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란 게 문 특보의 설명입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미북 양측 실무단과 정상이 만나 앞으로 어느 핵시설에 대해 어떠한 방식의 폐기 조치를 취할지를 담은 향후 협상의 구체적 지침을 도출해내는 것이 현실적인 성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문정인 특보 : 미북 양국 지도자들은 협상을 위한 지침(roadmap for negotiation)을 구상해야 합니다.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폐기를 협상하기 위한 지침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번 회담에서) 예상하는 바입니다.
문정인 특보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언급했다며 북한 역시 미국이 원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FFVD에 대한 범위와 정의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주장해 온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식의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정인 특보 : 저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접근 방식에서 미북 간 차이가 있습니다.
문 특보는 또 이번 회담에서 미북 양국이 싱가포르 합의문 조항 중 하나인 미북 간 관계개선을 이행하기 위해 대북제재 완화와 미북 간 연락사무소 개설도 논의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나 한국 내 미국 핵우산 제거와 관련해 문정인 특보는 김 위원장이나 북한 측 실무단과 여러 차례 회담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이를 요구하거나 의제로 올리지 않았다며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문정인 특보는 지난해부터 남북 관계가 급격히 개선되긴 했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미국이나 유엔 안보리에서 규정한 대북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고 있으며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미국과 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는 뜻도 밝혔습니다.